1인 가구가 늘고 접대식 폭탄주 문화가 줄어들면서 주류 업소에도 혼자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청담동이나 홍대, 이태원 등지에는 이들 1인 주객(酒客)을 전문적으로 맞아들이는 바(bar)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로 위스키 시장을 중심으로 ‘싱글턴(singleton·혼자 사는 사람)’ 주류문화가 확산되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 잡은 위스키 바 ‘볼트+82’는 최근 병 대신 잔 단위 위스키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이 주점에선 폭탄주로 즐겨 먹던 블렌디드 위스키(몰트 외에 다른 원료를 섞어 만든 위스키) 대신 싱글몰트(보리맥아 100%)나 칵테일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볼트+82 관계자는 “예년보다 혼자서 바를 찾는 손님이 늘어 이들이 주로 하이랜드 파크나 맥캘란 등 싱글몰트 위스키를 가볍게 한두잔 주문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트+82에 따르면 이 매장에서 병 대신 잔 단위로 판매하는 술 매출은 올해 1~3월에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무엇보다 1인 소비자가 한 자리에서도 다양한 술을 맛보는 경우가 많아 병보다는 잔으로 술을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매장을 비롯해 청담동 커피바K 등 위스키 바는 아예 잔 단위 싱글몰트 위스키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과 신사동, 한남동 주변에는 최근 1년새 싱글몰트 위스키 전문 매장이 30여 개나 새로 들어섰다.
국내 양주업계가 전반적인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 싱글몰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점도 1인 주점 증가 현상을 잘 보여준다. 양주업계 대다수를 차지하는 블렌디드 위스키는 최근 6년 연속 출고량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반면 폭탄주 대신 위스키 고유의 맛을 강조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 2012년 5만8658상자(1상자=700㎖×12병)에서 2013년 6만312상자를 거쳐 지난해 6만5912상자로 늘어났다.
위스키뿐 아니라 소주나 칵테일을 취급하는 매장에서도 1인 소비자형 매장 공간을 구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 혜화동의 ‘술집인생의 단맛’은 테이블보다 바를 훨씬 많이 배치했고 술을 마시며 혼자 만화까지 볼 수 있도록 매장 인테리어를 차별화했다. 동부이촌동 일본식 선술집 ‘리틀도쿄’를 비롯해 상암동 ‘원부술집’ 등도 소주와 사케, 칵테일 등을 다루며 1인 전문 술집을 표방하고 있다.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생산량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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