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을 표방하는 상품이나 물건이 넘쳐나고 있다. 기능성 식품, 기능성 약, 기능성 화장품, 기능성 옷, 기능성 신발….
기능성 상품은 처음에는 편리하고 유용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 같지만 쓰면 쓸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내몸을 약화시켜 점점 더 그것에 의존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유태우 전서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내몸맘삶대표)는 “내몸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기능성 상품은 넓은 의미로 마약과 같다”며 “아무리 좋은 상품과 식품, 약이라도 내몸의 기능을 대신해줄 수없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 균형잡힌 올바른 식습관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능성 약을 예로 들어보자. 소화제는 음식을 분해하는 소화효소로 이뤄져 있다. 이는 원래 내몸이 만드는 효소인데, 이것을 소화제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소화제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만 나중에는 내몸이 소화효소를 더 이상 만들어 내지 않으니, 소화제 없이는 소화가 잘 안되게 된다. 변비약도 마찬가지다. 배변은 내몸이 알아서 배출하는 것인데, 변비약이 대장을 자극해서 변을 보게 만들면 내몸은 그 기능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변비약을 쓸수록 변비가 점점 더 심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효과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박사(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비타민C, 종합비타민제, 홍삼,오메가-3, 글루코사민, 프로바이오틱스는 99% 효과가 없다”고 도발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명승권 박사는 “질병예방과 치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목적으로 각종 건강기능식품, 민간요법, 보완·대체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라며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이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류한 ‘기능성 원료의 기능성 인정등급’에서도 나타난다. 2014년 11월말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건강기능식품은 약 230여종. 건강기능식품 등급은 질병발생위험 감소기능, 생리활성기능 1~3등급 등 4개로 분류돼 있다. 생리활성기능 2등급은 ‘ㅇㅇ에 도움을 줄수있음’, 3등급은 ‘ㅇㅇ에 도움을 줄 수있으나 관련 인체적응시험이 미흡함’으로 되어 있다.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중 가장 많이 팔리는 홍삼, 오메가-3지방산,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등이 2~3등급이다. 명승권 박사는 “생리활성 2등급과 3등급은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분류할 가치도 없다”며 “하물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해 판매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효능이 과학적으로 거의 없다고 밝혀졌다고 해도 복용했을 때 개개인이 느끼는 효과는 분명히 다르다. CJ제일제당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팔메토(전립선비대증 개선 기능성식품)는 위약(거짓약효·placebo)효과가 40%나 된다.
위장 건강 및 여러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심혈관질환 및 아이들 두뇌에 좋다는 ‘오메가-3지방산’도 효능을 놓고 논란거리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인간에게 유익한 ‘살아있는 미생물’ 혹은 이 생균을 함유하는 제품을 말한다.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락토바실러스나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산균을 함유한 제품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치료할때 항생제 2종류와 궤양치료제 1종류를 조합한 3제요법에 추가로 유산균과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할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치료율을 5~10% 높였을 뿐이다. 그러나 프로바이오틱스를 단독으로 사용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치료할 수있다는 근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PA, DHA, ALA가 함유돼 있다고 알려진 오메가-3 지방산도 명승권 박사가 1995~2010년 2만 485명을 대상으로 메타분석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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