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 양사는 9월 1일 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제일모직은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함과 동시에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병 결의에 따라 삼성그룹 재편 작업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합병하고 삼성SDS·제일모직을 상장하는 한편 화학·방산부문을 한화그룹으로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하는 등 일련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추진해왔다.
업계 전문가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기존 순환출자 구조 역시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기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다만 합병 후 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 합계는 30.4%로,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의 규제 대상이다.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로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57%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지난주 그룹의 상징적인 자리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데 이어 그룹 승계를 위한 하나의 포석이 될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2.18%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생명 지분 0.06%를 취득했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으로,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료 등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기업이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식음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으며, 2013년에는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2014년 말에는 상장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됐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측은 양사가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합계는 51%를 넘는다.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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