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난 직장인 김민수 씨(29·가명)가 침대 이불의 특정 부분을 부드럽게 위로 쓰다듬자 방안의 TV가 켜졌다. 김 씨가 손가락으로 이불의 천위를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자 TV 채널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채널을 돌리다 어제 미처 챙기지 못한 야구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잠자리서 일어났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에 올라탄 그가 베이지색 자케의 왼쪽 가슴부분을 두번 두드리자 스마트폰과 연결된 이어폰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람으로 가득찬 지하철 안에서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은채 팔을 뻗어 손바닥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뒤집었다. 그러자 귓속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의 볼륨이 적당한 정도로 줄어들었다.
조만간 김씨처럼 이불, 자켓 등 천소재의 옷감을 쓰다듬거나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허공에 손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 스마트 기기를 조작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스마트 와치, 가상현실 기기 등 전용 디바이스를 몸에 착용해서 사용했던 기존 웨어러블 방식과 달리 평소에 입고 다니는 티셔츠나 자켓으로 곧바로 조작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웨어러블’ 기술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구글이다. 구글 첨단기술프로젝트그룹(ATAP)은 지난달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구글개발자회의(구글 I/O) 2일째 행사에서 스마트 옷감을 연구하는 프로젝트 ‘자카드‘와 손동작만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프로젝트 ‘솔리’를 공개했다.
커넥티드 옷감을 컨셉으로 하는 프로젝트 자카드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터치 인식 센서를 옷감에 탑재하는 것이다. 옷이나 이불 등 직물을 마치 스마트폰 화면처럼 터치해 조작해 원격으로 기기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마트 기기나 리모컨을 사용할 필요없이 입고있는 옷이나 앉아있는 소파의 천을 쓸어내리거나 패턴을 그리면 기기를 키고 끄는 등 다양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일반 옷감처럼 물빨래를 하거나 다리미질을 해도 동작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신뢰성도 확보했다.
스마트 옷감 기술을 공식적으로 선보인 구글은 이날 세계적인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와의 제휴를 발표하며 구체적인 상품 출시도 추진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자카드에 대한 발표를 맡은 이반 푸피레브는 “프로젝트 자카드는 웨어러블 기술을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여러 협력사와의 제휴를 통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을 구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동작 인식 레이더 기술인 프로젝트 솔리도 이날 참가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솔리는 손톱만한 크기의 초소형 레이더 칩이 손까지와의 거리를 인식해 세심한 손의 움직임을 인식해 명령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맞닿게 한후 엄지손가락을 위로 문지르면 볼륨이 높아진다던지, 집게 손가락으로 원형을 그리면 그부분이 선택된다는 식이다. 기존 모션센서가 아닌 레이더 방식을 적용해 어두운 밤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오차도 현저히 줄였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를 일일히 동작시킬 필요없이 허공에다가 손동작을 취하기만 해도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제이미 린 수석 연구원은 “단순히 터치방식에 머무르던 스마트 기기 동작법이 손가락의 다양한 제스쳐를 통해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며 “레이더 센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ATAP그룹은 이날 일상 생활을 혁신할 자카드, 솔리 외에도 지문인식을 포함해 인체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몸 전체를 비밀번호로 만드는 ‘프로젝트 볼트’, 사람의 행동 패턴을 수집, 분석해 기계가 스스로 사용자를 알아보는 기술인 ‘프로젝트 아바커스’ 등을 소개했다. 지난 2013년 선보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던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인 ‘아라’의 시연모습도 최초로 공개됐다. AP, 램, 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각 부품을 따로따로 구입해 조립할 수 있는 아라의 실제 출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ATAP그룹을 이끌고 있는 레지나 듀간 총괄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우리들은 멋지고 아름다운
한편 올해 8회째를 맞이한 구글I/O는 25개의 세션과 100여개의 강연이 진행됐으며 6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샌프란시스코(미국)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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