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상권으로 꼽히는 긴자. 루이비통과 샤넬 등이 즐비한 이 골목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 12개 층짜리 일본 토종 SPA(생산유통일괄) 브랜드 유니클로의 초대형 매장이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이 점포는 모든 층이 중국인은 물론 한국 미국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사람이 100만원어치 이상을 사가는 장면도 더러 눈에 띄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매출 1조3829억엔(12조8000억원), 영업이익 1486억엔(1380억원)을 올렸다. 10년전인 2004년에 비해 매출은 4배, 영업이익은 2.5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성공의 1등 공신은 지난 2003년 내놓은 ‘히트텍’과 2012년 출시한 ‘에어리즘’ 등 고기능성 특수소재 의류다. 스페인 자라 등과 더불어 유니클로를 세계적인 ‘SPA의 황제’로 끌어올린 이들 히트작은 일본의 간판급 섬유화학업체인 도레이와 아사히카세이까지 벌떡 일으켜세웠다. 1990년대말 엔고로 수출길이 막히고 중국업체의 공세까지 겹쳐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일본 섬유소재산업을 똘똘한 의류업체 하나가 부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난 2002년 유니클로는 당시 야심작이었던 ‘후리스’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유니클로 입는 것이 창피하다’는 뜻의 ‘유니바레(ユニ+バレ)’라는 신조어까지 나돌정도로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급추락했다.
하지만 유니클로가 ‘세상에 없던 옷을 창조하자’며 협력업체에 내민 손이 10여년후 일본 섬유소재산업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어 냈다. 일본 최대 섬유화학업체 도레이는 1999년에 창사후 첫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2003년 유니클로와 함께 공전의 히트상품 ‘히트텍’을 개발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2004년 1조2986억엔에 그쳤던 매출액이 지난해 2조107억엔(18조7000억원)으로 이기간동안 50% 증가했다. 다른 화학섬유회사들이 매출 정체를 보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땀이 잘 마르는 여름용 이너웨어 ‘에어리즘’을 유니클로와 공동한 개발한 아사히카세이도 유니클로 덕분에 사세를 회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2년 920억엔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이 에어리즘 히트 덕분에 이듬해인 2013년에는 1433억엔으로 56%나 급증했다. 이 회사 매출액도 최근 10년새 44% 증가했다.
결국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자국 연관산업까지 함께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갤럭시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IT(정보기술) 뿐만 아니라 패션 등 다른 분야에서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쿄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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