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승용차에 대한 취등록세 면제 혜택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경차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국내 경승용차 판매량은 연간 18만대를 넘는다. 국내 자동차 총판매량의 12%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에도 18만7000여대의 경차가 판매됐다.
국내에 판매되는 경차( 배기량기준 1000cc미만)는 3가지다. 기아자동차가 모닝과 레이를, 한국GM이 스파크를 생산·판매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모닝 9만6089대의 모닝을 국내에서 판매했으며 레이의 판매량은 3만113대였다. 기아차의 지난해 내수 총판매량이 46만5200대니 내수 판매의 3분의 1를 경차가 차지한다는 뜻이다.
한국GM은 경차 의존도가 더 크다. 지난해 내수 판매량 15만4381대의 중 6만500대가 스파크로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예정대로 취등록세 면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경차 판매 감소폭은 15% 이상일 것이라는게 자동차 업계의 추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04년 취득세 면제 혜택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 경차 판매량은 2003년보다 14.8% 증가했다”며 “혜택 폐지시엔 최소한 이 수치만큼이 경차 구매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아차의 경차 판매량은 연간 1만8930대 줄어든 1만7272대, 한국GM의 판매량은 9075대 줄어든 5만1425대에 그칠 것이란 계산이다. 경차 1대당 판매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260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일어나는 셈이다.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경차 수량은 연간 18만대 이상이다. 국내에서 경차 수요가 줄면 업체들이 경차에 대한 연구개발비용을 줄여 수출차량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차의 주고객이 서민들의 반발이다. 취득세 면제와 자동차세 저세율 혜택은 물론 각종 통행료·주차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차가 취득 및 유지 비용이 훨씬 덜 들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법인 명의로 된 수억원짜리 수입차에는 온갖 세제혜택을 주면서 서민들이 주 고객인 경차에 주는 혜택은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차에 대한 세제 지원 폐지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과도 동떨어졌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경차의 평균 연비는 15km/ℓ 이상으로 10~12km/ℓ 수준인 중대형 승용차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 역시 경차가 월등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등 차세대 친환경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까지는 경차가 이들의 역할을 대신해줘야한다. 판매하는 차 1대당 평균 오염물질 배출량을 97g/km 이하로 낮춰야하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경차의 판매 확대가 기준을 맞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밖에 경차의 여러 장점에 대해 홍보하면서 경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결정에 기업이 나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일몰 시점까지 5개월 정도가 남은 만큼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 김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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