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시밀러는 제2의 반도체 산업과 같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로 바이오시밀러를 꼽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원조 바이오의약품을 본떠 만든 복제 약을 말한다. 일반 의약품은 특허 만료 후 화학적으로 복제해 원조 약과 복제 약 성분이 100% 똑같다. 반면 바이오의약품은 대장균, 효모, 동물세포 등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그 복제약 역시 단백질처럼 살아 있는 세포의 생물학적 반응을 이용해 제조하기 때문에 원조 약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유사하다는 의미의 ‘시밀러(similar)’라는 용어를 쓴다. 화학약품 복제약과 비교해 제조 과정이 까다롭고 별도 임상시험까지 거쳐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도 더 많이 든다.
그럼에도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성공 가능성을 찾은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대단위 시설투자가 필요한데, 삼성,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은 이미 경쟁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모두 14만L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3년 3만L 규모 송도 1공장에 이어 지난 2월 15만L 규모 2공장 완공으로 총 18만L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밖에 동아쏘시오그룹 계열 DM바이오 등을 합쳐 송도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는 총 33만8000L에 달한다. 이는 단일 생산기지 기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바카빌(34만4000L)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신약개발 부담을 피하면서 세계적 히트작을 낼 수 있는 것도 바이오시밀러 매력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시밀러는 신약 대비 개발 비용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개발기간도 절반 정도로 짧지만 개발 성공률은 10배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정도 자본력에 일정 수준 이상 기술력만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글로벌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시장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아직 절대 강자는 없는 것도 장점이다. 스위스 제약그룹 론자가 이스라엘 제약사 테바와 함께 나섰지만 성과 없이 사업을 종료했다. 인도와 중국 기업들도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노바티스 자회사인 산도즈 등 내로라 하는 기존 제약 기업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바이오 부문에 총 2조1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 삼성도 바이오시밀러의 이런 비즈니스 환경에 주목했다. 바이오시밀러 산업 특성이 반도체와 유사하다는 점도 결정적이었다. 반도체처럼 양산 기술력을 통해 세계 선두권으로 부상할 수 있고, 선진 기술을 재빨리 받아들여 짧은 시간 내 안정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삼성 입장에서 무척 매력적 포인트였다. 반도체는 삼성이 세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분야다. 실제 삼성은 반도체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 설비 운용 인력을 영입했는데, 반도체 설비와 바이오 설비 운용이 유사한 점이 많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초 미국에서 날아온 소식이 바이오시밀러 미래를 밝히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긴 하지만 그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바이오시밀러에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노바티스 바이오시밀러인 ‘작시오’ 시판 허가를 냈다. 미 정부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결국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허가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셀트리온 관절염치료제 ‘램시마’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유력시 되고 있고 삼성도 다국적 제약사 바이오시밀러인 ‘SB5’로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에 맞춰 스피드 싸움이 존재하는 특성상 대형 투자가 적합한 기업들이 유리하다”며 “조만간 특허가 끝나는 대형 제품들이 대거 나오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우리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제대로 키워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이들은 바이오 시밀러 외에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과 같은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꼽는다. 최근에는 눈에 띄는 성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녹십자셀은 간암 면역세포치료제(이뮨셀-LC) 3상 실험을 마치고 이를 입증하는 논문을 발표하며 본격 판매를 앞두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줄기세포 기반 무릎연골치료제(카티스템) 임상 3상 결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 퇴행성 관절염치료제(티슈진-C)는 국내 최초 세포기반 유전자 치료제로 시판될 전망이다. 바이로메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PAD), 제넥신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암치료제(GX-051) 등도 세계적
[이동인 기자 / 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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