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아버지이자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94)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해임하려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신격호 총괄회장마저 일본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2세경영체제로 전환됐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는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해임된 신격호 총괄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전날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 등 친인척 5명과 일본으로 향했다. 롯데홀딩스 사무실에 도착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자신을 제외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해임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해임된 이사 5명과 함께 신격호 회장 결정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으로 규정하고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직에서 해임한 것.
재계는 이번 사태가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물러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몰아내기 위한 사실상의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행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의 이름을 일일이 지목하며 해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해 94세 고령인 신격호 회장의 상항판단이 다소 흐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신동빈 회장의 일본롯데’ 구조에는 당분간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신격호 회장이 아직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어 2차 경영권 분쟁이 지분 싸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27.65%)의 지분은 신격호 회장이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 지분 19.07%를 갖고 있고 다시 호텔롯데가 각각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쇼핑을 3.21%와 8.83%, 5.92%를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광윤사 등에서 아버지의 지분을 무리없이 상속 받아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쥘 수 있는 셈이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은 13.46%로 신동주 전 부회장 13.45%보다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 지분의 경우 신동빈 회장은 5.34
재계 또다른 관계자는 “만약 형제간 경영권 싸움이 다시 일어난다면 가장 먼저 지분 구조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그룹 소유권을 둘러싸고 형제간 다툼이 커지면 지분 경쟁 다툼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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