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에 붉고 얼룩덜룩하게 탄 피부, 확 올라온 뾰루지, 극도로 예민해진 피부…’
여름 휴가는 달콤했다. 하지만 피부는 엉망이다. 뜨거운 열기와 피지분비, 염분 섞인 물기 등으로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은 휴가를 다녀온 후 피부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평소 야외활동이 적어 피부가 하얀 직장인들은 몇시간만 자외선에 노출돼도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정원순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자외선차단제(선크림)를 꼼꼼하게 발라도 강렬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염증을 일으켜 피부가 붉어지고 따끔거리는 상태가 된다”며 “심한 경우 발열이나 부종, 수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일광화상이라고 해도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 그러다 잠자리에 들 무렵부터 피부가 따끔거리고 얼굴이 빨갛게 변하며 피부 껍질이 벗겨진다. 이때 당황해 피부를 긁거나 억지로 껍질을 떼어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염증이 생기고 환부가 곪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일광화상에서 빨리 회복하려면 피부 온도를 낮추고 건조하지 않게 해야 한다. 차가운 팩이나 수건을 이용해 열을 식히는 게 좋다. 씻을 때는 중성 비누나 물만으로 살살 씻고 일어난 각질은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그냥 두도록 한다.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고, 통증이 심하거나 물집이 생긴 화상이라면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피부과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또한 일광 화상열기가 빠진 후 대처도 중요하다. 햇빛이 그대로 와 닿은 눈과 볼, 코, 팔 등에는 홍조(주사), 색소침착(기미, 주근깨, 검버섯, 다크 서클), 광노화, 광과민질환(햇빛 알레르기), 알레르기 접촉피부염 등과 같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또한 무더운 날씨에 피지분비량이 증가하고 건조한 에어컨 바람으로 피부 속 수분이 줄면서 여드름과 같은 여러 피부트러블이 유발되기 쉽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신체기관이다. 여름철 노출이 많다. 피부는 많은 질환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중증질환이 아니고 저절로 치유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피부 표면적은 어른 남성은 1.9㎡, 여자는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 피부안에는 500만개 땀구멍이 있다. 무게는 전체 몸무게의 16%쯤 된다. 피부는 끊임없이 벗겨지고 4주마다 완전히 새 피부로 바뀐다. 우리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완전 방수로 된 천연가죽옷을 평균 한달에 한 번씩 갈아입는 셈이다. 한 사람이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평생 벗어버리는 피부 무게는 약 48kg으로 약 1000번을 새로 갈아입게 된다.
피부의 주된 기능은 방패와 같이 병균침입과 외부충격으로 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은 조금만 움직이면 흘러나오는 땀과 고운다습한 날씨, 강렬한 자외선으로 피부가 쉽게 손상된다.
임이석 피부과 원장은 “여름철에는 과다한 노출로 원치 않은 색소질환도 생기기가 쉽고, 고온 다습한 날씨로 박테리아나 곰팡이 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각종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피부질환 최대 주범은 역시 강한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피부에서 비타민D 합성을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정 시간 지속적으로 자외선을 받으면 각질형성세포가 활성화되거나 랑게르한스 세포가 손상돼 일광화상 증상, 면역력 감소, 심하면 광노화, 피부암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자외선에 의해 유발되는 대표적 피부 부작용은 기미, 주근깨, 검버섯, 다크서클 등과 같은 색소침착 및 광노화이다. 색소침착은 피부색을 결정짓는 멜라닌 세포가 자극을 받아 정상보다 과도한 멜라닌 색소를 만들면서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이다.
기미는 다양한 크기의 갈색반이 노출부위, 특히 얼굴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기미가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외선, 임신, 폐경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할 수있다. 또한 경구피임약 복용, 난소종양, 내분비질환, 일부 약물 부작용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진피형(진피에 깊게 분포)이나 혼합형(표피와 진피에 색소가 혼재)이 많다.
주근깨는 자외선 과다노출로 피부속 멜라닌색소가 갈색 색소를 많이 만들어내면서 생긴다. 주근깨는 다른 색소성 질환에 비해 유전적 영향이 크며, 동양인 보다 서양인에게 많이 생기고, 피부가 흰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주근깨는 일광 노출에 예민해 봄과 여름에 나타났다가 겨울철에는 옅어지기도 한다.
색소침착과 홍반이 자외선에 노출된 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나고 증상도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라면, 광노화는 장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이 생기면 피부 진피층이 얇아져 잔주름이 나타나고 멜라닌 세포가 불규칙하게 형성돼 잡티등의 색소 침착이 생긴다.
요즘 가장 문제는 ‘주사(rosacea)’라는 질환이다. 얼굴이 붉어지는 홍조와 더불어 건조하고 발진이 돋으며 심하면 가렵고 따갑기까지 하다. 자외선을 쬐면 심해진다. 주사 질환은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붉어져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되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임이석 원장은 “이미 생긴 기미, 주근깨 등 잡티는 단순한 관리만으로 해결이 어렵다”며 “더 넓게 번지기 전에 피부과를 찾아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홍조 치료로는 레이저와 약물, 그리고 스킨케어로 하는데 자극 없이 혈관이나 붉은기만 없애는 여러 가지 특수 레이저를 이용해 치료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색소침착은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막는 성분이 들어 있는 미백크림을 활용하거나 피부 깊이 침투해 색소를 파괴하는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기미는 증상이 심할 경우 표피와 진피의 색소를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 피부상태에 맞춰 토닝레이저, 아이콘,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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