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의 노래 소리’ 비밀이 풀렸다. 로제타호가 포착한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사진·이하 67P)’ 혜성이 내는 소리의 정체다.
2004년 발사된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는 10년여 비행 끝에 지난해 8월 혜성 67P에 도착했다. 탐사를 진행하던 로제타는 혜성에서 나오는 독특한 소리를 포착했다. 마치 돌고래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최근 유럽우주국(ESA) 소속 과학자들이 이 소리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로제타에 설치된 플라스마 컨소시엄(RPC)이라는 자력계를 활용해 혜성의 자기장 변화를 측정했다. 67P는 지구처럼 스스로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혜성에서는 ‘전기적 성질을 띈’ 가스가 분출되는데 이 가스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태양풍과 반응하면서 혜성 주위에 자기장을 형성하게 된다.
혜성 자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진동하면서 음파와 같은 일종의 전자기적 파동이 만들어진다. 이는 단지 무의미한 ‘딸깍’거리는 소리에 불과했기에 과학자들은 이를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변환했고 마침내 소리를 만들어냈다. 변환된 소리는 높낮이와 길고 짧은 특징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를 ‘혜성의 노래’라고 불렀다. ESA 소속 과학자 하인즈 글라스마이어는 “혜성 표면에서 전기적 성질을 띈 입자들이 방출되는데 이 입자들이 자기장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혜성의 노래는 67P만 낸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1986년 지구에 접근한 헬리 혜성에서도 이런 자기장 변화가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다만 헬리 혜성은 67P와는 다른 자기
혜성의 노래를 직접 들어볼 수는 없다. 소리는 대기 등 ‘매개체’를 타고 이동해 우리 귀에 전달되는데 우주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67P는 지난 13일 태양에 가장 가까운 곳인 ‘근일점’을 통과하고 다시 태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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