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동 양극화 실태는 각종 지표로도 드러난다. 양극화 문제가 과거 귀족과 천민, 양반과 상인처럼 극복할 수 없는 장벽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간 양극화는 물론 학력별, 성별, 기업규모별로도 노동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4대양극화와 정책대안: 일자리 격차와 노동개혁’토론회에서 “양극화로 특정계층이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했다. 하지만 이후 정규직은 노조를 중심으로 철옹성을 구축하면서 자신들을 보호한 반면 비정규직은 고용불안에 내몰리면서 노동 시장은 오히려 더 경직됐고 양자간 격차는 급속히 확대됐다. 지금은 채용과정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면 정규직으로 옮아갈 수 없을 만큼 직장인들이 느끼는 장벽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시직 비율은 21.7%로 OECD 국가 중 네번째로 높다. 우리보다 높은 임시직 비율을 가진 나라는 스페인(24%), 폴란드(28.4%), 칠레(29.2%) 등 3개국에 불과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대비 임금 비율은 2014년 말 기준으로 55.8%였다. 이 비율은 지난 2002년에는 67.1%였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집계한 임금 비율도 지난 2000년에는 53.7%였으나 2015년3월에는 49.1%로 떨어졌다. 기업에서 받는 퇴직금, 상여금, 시간외수당, 유급휴가 등 근로복지의 수혜 측면에서도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은 80%가 넘었지만 비정규직은 40%대에 불과했다.
대기업과 소기업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5~9인 중소 사업자 근로자 대비 500인 이상 대기업에 근로자의 임금비율은 지난해 말 174.3%에 달했다. 이 비율은 지난 2001년에는 138.33%였으나 10년 새 40포인트 가량 늘었다. 월평균 근로일수는 5~9인 사업장이 20.7일, 5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20.6일 이었다. 일은 거의 비슷하게 하지만 임금 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중소기업은 전체 고용의 87.5%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차이가 계속 확대되면서 청년들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심화되고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성과 여성 근로자간의 격차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다.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남성근로자의 63% 수준에 불과해 OECD국가 평균(85%)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현재 38.9%에 달해 남성(16.6%)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은 이 비율이 남성(21.7%), 여성(29.2%)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여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여성근로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어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에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어여운 것으로 파악됐다.
대졸과 고졸 근로자간 임금격차도 확대됐다. 고졸 근로자를 100으로 할 때 대졸근로자의 임금 비율은 지난
[노영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