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A보험사는 한 신생아가 30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553만8126원 진료비를 청구한 사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신생아는 양수 내로 배출된 배설물인 태변을 흡입해 호흡 곤란을 일으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문제는 이 기간 중 보험 회사에 청구한 진료비 항목에 근골격계 질환이 없는 상태임에도 약 6번의 맨손 치료인 도수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A보험사 관계자는 “중환자실에 있는 신생아에게 시행된 도수 치료의 의학적 타당성을 확인할 수 없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난감한다”고 말했다.
#2. 55세 오 모씨는 흔히 디스크로 불리는 요추추간판탈출 진단받아 4일 동안 입원했다. 총 진료비는 936만 7637원이다. 이 중 고주파열치료에만 600만원이 들었다. 이 치료는 척추 내 디스크 내부에 고주파 바늘을 삽입해 10분 정도 열을 가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디스크를 수축시켜 정상 디스크로 복원시킨다. 문제는 오 씨가 같은 기간 이와 비슷한 신경성형술에도 150만원을 썼다는 점이다. B보험사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시술로, 인정할 수 없다”며 “유사 효과를 갖는 수술을 또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양한 전문 병·의원들이 생겨나면서 불필요한 검진이나 고가 진료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나 검진을 받고 내는 병원비는 급여 부문과 비급여 부문으로 나뉜다. 급여는 기본적인 검사나 진료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정해져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부분을 내고 나머지는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반면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고가 첨단 장비 치료나 성형수술 등까지 건강보험에서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비급여 부문은 고가 검진비가 일괄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병원에서 과잉 진료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자가 원해서 추가로 받는 초음파·MRI·물리치료 등 의료장비를 이용한 검사나 비싼 약품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비급여 대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급여 치료비가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시술 중에는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술이나 첨단 장비를 앞세운 치료가 많다. 달리 얘기하면 과잉 진료의 폐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의료 서비스 관리실태’에 따른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6년 55조원이었던 총 의료비가 지난 2012년 97조원으로 급증함에 따라 이뤄진 감사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의료 기관이 의료비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비급여 진료비 가격차가 같은 시술인데도 7.5배 이상나는데다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는 원가 정보를 알 길이 없어 과잉 진료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병원들이 비급여 항목 가격만을 공개하고 어떤 질병인지, 어떻게 수술했는지 공개하지 않아 환자가 필요한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의료비 증가는 전체 의료비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헬스 데이터 2015’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증가속도는 회원국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의료비는 국민의료비 중 자본형성(병원설립, 의료장비 등 의료자원에 투자되는 부문)을 제외한 부문으로 국가 간 의료비 지출 수준을 비교하는 데 활용된다. 2013년 한국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비율은 낮지만, 2005년 5.0%에서 2008년 5.8%, 2012년 6.7% 등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게다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경상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7.2%로 OECD 회원국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의료실비보험(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잉진료도 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며 “과잉 진료가 이뤄졌을 때 객관적으로 찾아내기 위해 심사기준·표준가격 등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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