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철,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고 조금만 먹어도 팽만감이 느껴지며 더부룩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특히 속상한 것은 위내시경이나 위·대장조영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분명 소화불량인데도 말이다.
소화불량은 위와 십이지장 기능 저하에 의해 생기는 질환으로 환자마다 포만감, 식후 상복부 팽만감, 속쓰림, 통증 등의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김영지 부민병원 소화기내과장(해운대)은 “기능성 소화불량은 명확하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레스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잘못된 생활습관 등에 의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기능성 소화불량은 위저부의 위적응 장애, 위장관의 운동이상, 위 내장감각의 비정상적인 예민성, 십이지장의 기능 이상이 있을 때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잘못된 생활습관이 꼽힌다.
스트레스로 인한 즐겁지 않은 식사는 위 배출기능을 떨어뜨린다. 바쁜 일과 때문에 급하게 밥을 먹고 바로 업무에 돌입하는 직장인들은 위의 이완기능을 약하게 만들어 트림, 복부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위 무력증과 위 하수증으로 악화된다. 무력증은 글자 그대로 위의 기능이 무력해진 상태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하여 트림을 많이 하게 된다. 위에서 소화 효소 분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음식물이 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위가 밑으로 쳐지는 위하수증까지 이르게 된다. 위무력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대다수가 위하수증을 동반하게 된다.
소화불량 환자들은 대부분 섭취하는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게 될 경우 증상이 나빠진다. 또한 카페인이나 알코올(술)도 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섭취를 줄이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김영지 과장은 “보통 식이섬유는 장건강에 도움이 되므로 소화에도 도움이 될까 하여 섭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식이섬유는 위 내용물의 배출을 느리게 하여 소화력이 많이 떨어뜨린다”며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식생활 습관의 교정이 필요한데 불규칙한 식생활은 위장 점막의 위축이나 위산에 의한 손상을 일으키고, 과식이나 폭식은 소화불량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정량을 지키는 것이 좋다. 늦은 밤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생리적인 위 배출 기능의 저하로 소화불량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식후 과격한 운동도 위 배출 기능을 저하시키며 위식도 역류에 의한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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