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피부 관리에는 ‘스크럽’이 해답!”, “스크럽, 내 피부의 각질을 부탁해!”
떨어진 기온과 찬바람은 피부에 좋지 않다. 이 기회를 놓칠 새라 화장품 회사들이 경쟁하듯 광고를 쏟아낸다. 대부분 스크럽이 포함된 폼클린징이나 각질제거제다. 스크럽은 물리적 마찰을 이용해 각질세포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이게 인기가 많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광고에 드러나지 않는 게 있다. 미세 알갱이인 스크럽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이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는 하수구를 거쳐 강과 바다 등으로 흘러들어가 우리 환경을 오염시킨다.
최근 미국에서는 화장품에 들어있는 스크럽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으며 결국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1㎜ 크기 이하 구슬(마이크로비드·Microbead)을 개인위생제품으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어떨까.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어느 부처도 해당 내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 UC데이비스 수의학과 첼시 로크만 교수 연구진은 미국에서만 매일 8조개 이상 마이크로비드가 수생동물 서식지인 개천이나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환경분야 국제 학술지인 ‘환경과학기술’ 최신호에 게재됐다.
미세 플라스틱 구슬인 마이크로비드는 치약과 클린징 제품 등에 많이 사용된다. 치아 사이 찌꺼기나 피부 노폐물을 잘 제거해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이크로비드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로크만 교수팀은 지난해 새우, 요각류 등 동물성 플랑크톤이 마이크로비드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비드는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과정을 거쳐 동물들 체내에 축적돼 결국 인간 식탁에 오르게 된다.
마이크로비드 8조개는 테니스 코트 300개를 덮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나마 이것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전세계으로 집계하면 그 양이 엄청날 것이다. 연구진은 “마이크로비드는 일단 제조 과정에서 화학적 처리가 이뤄지는데다 물 속에서 각종 오염물질들을 흡수한다”며 “독성 있는 마이크로비드를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험으로 인해 지난해 6월 미국 일리노이주는 처음으로 마이크로비드 제조·판매를 금지했다. 유니레버와 존슨앤존슨 등 화장품 기업들도 이에 동참해 자사 제품에서 마이크로비드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캐나다와 네덜란드 등에서 마이크로비드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전 세계 70여 환경단체는 “마이크로비드를 조사한 결과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수처리장에서 오염물질이 처리된다고 하지만 기존 처리장에는 마이크로비드 여과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오수는 여과 과정을 거쳐 95~99.9% 부유물이 걸러진다. 정수처리장을 통과한 물이 강과 바다로 방류된다. 그런데 로크만 교수팀 연구결과처럼 처리된 물에서 이미 8조개 이상 마이크로비드가 발견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이크로비드 여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진 ‘슬러지’를 비료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산 불가능한 수의 마이크로비드가 생태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마디로 ‘무지’한 상황이다. 그래서 아직 어떤 대책도 없다. 환경부, 식약처 등 관련 부처는 마이크로비드에 대한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 속 유해물질이 물속에서 수질오염에 영향을 준다는 말은 생소하다”며 의아해 했고,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들은 별 문제가 없어 회수할 이유가 없다”면서 “환경 부분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일부 시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