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충남 보령시 주산면 보령댐. 가을하늘처럼 파란 물이 가득해야할 보령호가 중심부를 제외하고는 짙은 황톳빛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막 여름을 지난 시기라 1년중 저수량이 가장 높아야 할 현재 보령댐의 저수율은 5일 오후 2시 현재 22.5%다.
보령댐은 보령·서산·당진·서천·청양·홍성·예산·태안 등 충남 서부 8개 시·군지역의 젖줄이다. 보령호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인근 8개 시군지역은 지난 1일부터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서산시의 경우는 6일부터 서산의 유일한 실내 수영장인 종합운동장 내 수영장이 임시 휴관에 들어간다. 이뿐 아니라 종합운동장 내 샤워장 5곳과 옥외 음수대, 해사용 급수시설도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한방울의 물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보령댐 뿐 아니다. 충청권인 대청댐과 충주댐의 저수율도 주의 단계인 40% 이하다. 아직 대청댐과 충주댐은 제한 급수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대청댐은 지난 1일부터 하천유지용수 방류를 중단했고 충주댐은 3일부터 방류량을 줄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국 18개 다목적댐 중 8곳이 저수율 40%제이하인 ‘주의단계’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올해 강수량이 적어 전국적으로 모두 물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황이 연말까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충청지역의 10~11월 평년 강수량이 52㎜대였고 12월은 30㎜ 수준이었다. 이 정도 강수량으로는 현재의 가뭄을 해갈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충청지역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생활의 불편을 넘어 경제적 피해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령에 본사를 둔 중부발전의 경우, 직접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냉각수로는 바닷물을 사용하지만 발전 터빈을 돌리기 위해서는 담수를 사용해야 한다”며 “제한급수가 길어지면 전력생산에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 서부지역의 대산임해공업단지와 당진의 현대제철 등 중요 생산시설들 모두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담수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하루 20만㎥의 용수를 사용하는 대산임해공업단지의 경우 대안 용수 공급 루트가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물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에 직접 타결이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남 서부지역의 물부족 사태를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강 백제보의 물을 보령댐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충남도와 중앙정부는 충남 서부지역 물부족 사태 해결을 위해 국비 622억원을 투입, 금강의 물을 보령댐에 끌어온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백제보에서 끌어올 수 있는 물의 양은 하루 기준 약 11만 5000t으로 이는 보령댐의 생활용수 공급량(약 29만t)의 35% 수준이다.
하지만 이 계획 역시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예비타당성 평가 등 행정절차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허승욱 충남도 정무부지사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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