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번 욕먹고 표인봉 사인 24장’ ‘XX 번이에 갤수육 현아 7’
아끼던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기자가 인터넷 스마트폰 판매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발견한 은어의 향연이다. 51욕은 5만1000원짜리 51요금제, 표인봉은 현금 보상 ‘페이백(Payback)’, 갤수육은 스마트폰 ‘갤럭시S6’, 현아는 할부 없는 ‘현금 완납’ 조건을 가리킨다. 감 조차 잡기 어려운 이 단어들은 시행 1년째를 맞은 단말기 유통법(단통법)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휴대전화 단말기 불법 보조금을 없애고 모두 같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전국민의 ‘호갱(호구 고객)’화를 막겠다던 정책 목표는 사실상 실패했다. 교묘해진 음성 거래 앞에 소수 몇몇만 이득을 얻는 구조가 여전하다. 오히려 우려했던 ‘전 국민의 호갱화’만 뚜렷한 현실이 됐다. 단말기 지원금과 요금 할인 금액을 못 박아 놓고 바꿀 수 없게 한 정부의 반(反) 시장적 규제는 대다수 국민들이 전보다 비싼 값에 스마트폰을 사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달 21일 미래창조과학부가 페이스북에서 실시한 단통법 1주년 댓글 이벤트에는 “(단통법) 전에는 잘 알아보지 않으면 호구, 이제는 그냥 모두가 호구” 등 욕설과 비난의 글만 가득하다. 그러나 정부는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다’는 자화자찬만 되풀이한다.
정부의 독선적 판단, 과도한 시장개입과 잘못된 예측. 단통법의 실패는 한국 사회에서 정부 정책의 실패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일경제신문이 12일 단독 보도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한국정책지식센터의 분석 보고서 ‘실패한 정책들-정책학습의 관점에서’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독자들은 실패를 반복하는 관료 조직과 정부의 짧은 시야, 정부의 잘못된 정책 추진에 대해 입을 모아 성토했다. 저자로 참여한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정부, 정치인, 관료가 선한 의도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단견에서 정책실패 생긴다”며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렇게 용감한 생각을 갖는 정부, 정치인, 관료가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외환은행 매각 실패, 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 보고서가 지목한 11개의 대표 실패 사례는 분야만 다를 뿐 똑같은 행태로 반복되고 있다.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 집값을 잡겠다던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실패가 그런 예다. 싼 아파트를 팔면 국민들 인기도 얻고, 집값도 낮출 수 있다는 선의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결과는 대실패. 후세에 물려줄 그린벨트를 풀면서까지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은 극소수 당첨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로또’가 됐다. 주변의 당첨자를 본 사람들은 ‘나도 될까’라는 기대심리에 주택 매매를 멈췄다. 때마침 찾아온 세계 금융위기는 우리 주택시장을 수년간 악몽같은 침체 속에 빠뜨렸다.
정책 실패의 이유는 ‘실패(FAIL)’의 머릿글자를 딴 4가지로 요약된다. 요식행위로 취급되는 허술한 시장 타당성(Feasibility) 조사, 모두가 실패라고 규정하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독선적인 행정 상대주의(Administrative relativism). 그리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언론의 과장된 포장(Inflated fact),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정부의 학습효과(Learning effect) 상실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학습효과의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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