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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체임버스 전 CEO |
그러나 이런 IT공룡도 환경이 급변하는 ‘빙하기’를 맞이하고 있다. 밖으로는 통신환경이 모바일로 바뀌고 경쟁자들의 추격이 무섭다. 안으로는 지난 7월 20년간 시스코의 폭풍 성장을 이끌다 퇴임한 존 체임버스(65)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49세의 젊은 리더십 척 로빈스 CEO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5~6일 시스코가 세계 50여개 언론사를 초청해 개최하는 연례행사인 ‘2015 에디터스 컨퍼런스’ 행사에 참석해 체임버스 회장과 로빈스 신임 CEO를 만나 이 같은 격변기에 대처하는 시스코의 생존과 혁신 전략을 엿봤다. 시스코의 1·2대 ‘경영 구루’와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체임버스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받은 지 2개월 남짓 지났다. 그간 뭘 했나.
- 로빈스CEO : 일단 듣는 데 집중했다. 세계 각지의 고객과 파트너, 정부 관계자, 투자자, 그리고 우리 시스코 가족들과 만났다. 그들과의 대화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했고, 시스코의 미래에 대한 긍적적 관점에 더욱 불을 붙였다.
지난 주 캐나다의 큰 은행 CEO는 우리 고객체험센터에 자신의 회사의 존재 목적이 ‘거대한 IT회사’라고 말했고, 부수적으로 금융업을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말은 결국 오늘날 어떤 산업분야든 IT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있으며, 고객들이 점점 더 늘어 갈 것이라는 얘기다.
▲당신은 체임버스 회장과 함게 인터넷 1세대 혁명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인터넷혁명이 진행중이라고 말한다. 어떤 혁명인가.
- 로빈스 : 우리는 ‘초연결(Super-Duper Connected) 시대’ 혁명의 최전선에 서있다. 전세계 500억개의 모바일, 패드, 컴퓨터 등 기기들이 연결돼 있고, 이런 숫자는 장차 5000억개까지 늘어갈 것이다. 30~40년전엔 감히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이다. 사업가에게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국가엔 새로운 고용 창출과 경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만났던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시스코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이를 단순한 사업적 계약이 아니라 인도 국민의 미래를 결정짓는 지렛대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나는 지금의 인터넷 전쟁의 끝에 만물인터넷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변화하지 않으면 포춘 500대 기업중 40%가 10년안에 사라질 것이라 말했다. 어떤 기업들이 살아남겠나.
- 체임버스 회장 :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상대를 물리친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초연결 사회에서는 무수히 많은 기회 속에 위기도 있고 기회도 발생한다. 우선 순위를 빨리 정해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한다.
복잡한 사업 구성을 단순화 또는 간소화(simplification)하고, 저비용 고수익의 높은 운영효율을 지켜나가야 한다. 아울러 초연결 시대에서의 광범위한 기회를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는 조직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로빈스 CEO가 당신이 만들었던 기존 조직에 많은 메스를 가했다. 기분 상하지는 않나.
- 체임버스 : 사업환경도 사업전략도 시간이 변화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나와 같은 동시대를 시스코에서 지냈고 앞으로 새로운 시스코의 미래를 만들 책임을 진 로빈스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그가 원하는 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좀 더 작은 단위 그룹으로 더 속도감 있는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가속도가 필요하다는 로빈스의 판단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응원한다.
▲체임버스 회장에 이어 당신도 ‘속도’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겠나.
- 로빈스: 나는 IBM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부터 시작해 지난 28년간 IT분야에서 일해왔다. IT산업은 변화의 속도가 관건이다. 어제의 파괴적 혁신자(disrupter)가 오늘 파괴당할 수도 있다. 그게 내가 지난 28년간 지켜본 경험의 결과다.
더 빨리 실행하고 더 빨리 결정해야 한다. 산업의 주기가 짧아진 만큼 개발 속도도 따라가야 하고 우리가 산업군의 변화보다 빨라야 한다. 속도가 빠르면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거 얘기다. 높은 수준의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해 질은 자연히 올라가는 구조다.
시스코의 양대 IT 거두와의 인터뷰는 격식없이 서서 편하게 다과를 나누며 담소하는 실리콘밸리식 ‘스탠딩 인터뷰’로 진행됐다. 존 체임버스 회장은 지난 1995년 12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스코 매출을 20년만에 40배로 키운 ‘전설’이다.
로빈스 CEO도 시스코에서 17년을 근무하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인 보안과 협업 사업 성장을 드라이브해왔다. 그는 또 하나의 차세대 성장 엔진인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실리콘밸리의 기대도 한몸에 받고 있다.
로빈스 CEO는 인터뷰를 통해 “10년 후의 시스코는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변신해 있을 것”이라며 한층 빠른 속도의 혁신을 강조했다. 이런 혁신의 가장 큰 화두로 IoE와 협업(Collaboration)을 제시했다.
공식행사 말미에 모습을 드러낸 체임버스 회장은 로빈스 CEO가 이끌어 갈 미래의 시스코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냈고, 삼성 등 한국 기업과의 향후 파트너십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크게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왕국 시스코에서는 사물과 사물 사이 뿐만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은 리더십 간에도 혁신의 신호가 짜릿하게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당신의 취임 이후 실질적인 회사의 전략 변화는 무엇인가.
- 로빈스: 지금까지의 시스코가 네트워크 장비 판매로 시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디지털 완전체 회사로 변모할 것이다. 소위 4개의 디지털(4 Digital) 전략이다. 디지털화된 제조공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연결된 제조공정(Digital Manufacture), 교통·운송 분야의 연결성을 확대한 디지털교통(Digital Transfortaion), 공공서비스의 보안성과 편리함을 높인 디지털유틸리티(Digital Uitility), 석유·송유관 분야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디지털 오일&가스(Digital Oil&Gas) 등이 있다.
아울러 시스코의 투자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원하고 있다. 앞으로 월가에서는 시스코가 ‘세일즈포스’같은 기업처럼 회원제에 기반한 클라우드 사업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념적인 말이라서 구체적 예시가 필요하다.
- 로빈스: 쉽게 말하자면 모든 분야에 인터넷을 연결하자는 IoE 전략을 핵심부문에 먼저 적용해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세계 최고 로봇기업 화낙이 대표적이다. 화낙은 시스코와 협력을 통해 미국 내 30만대의 로봇을 인터넷으로 연결했다. 이를 통해 어떤 생산라인의 로봇이 갑자기 생산량이 줄거나 이상이 생기면 바로 감지한다. 소위 말해 생산이 멈추는 ‘다운타임(Down-Time)’을 제거한 것이다. 이같은 생산공정 디지털(Manufaturing Digitalizing)을 통해 화낙은 연간 3800만달러를 절감했다.
조만간 ‘교통 디지털화’가 교통에 새로운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와이파이로 버스를 연결하면 운행시간을 잘 못 맞추는 특정차량, 특정노선에서부터 차량 이상 여부까지 미리 감지한다.
연료·인건비 대비 승객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정 노선의 경제적 효율성도 자동으로 산출할 수 있게 된다. 남극에 있는 유전도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다. 오일 시추회사가 인터넷으로 세계 각지의 유전과 운송파이프 등을 연결하면 실시간으로 유전의 생산량을 비교하고, 혹시나 발생한 절도, 테러 등의 위험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기존에 사람이 하기엔 큰 비용과 위험이 따르던 일을 인터넷 연결과 디지털화를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셈이다.
▲아무리 디지털화를 말해도 결국 하드웨어를 못 벗어나는 구조 아닌가.
- 로빈스 : 생각해봐라. 세상의 모든 기기가 연결되면 기기와 기기간 주고받는 데이터량이 엄청나다. 이런 데이터를 담고 있는 것은 기계지만 결국 이것을 의미있는 자료로 재분석하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어떤 발전소의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가 낮은가를 분석하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하드웨어는 정보를 담는 그릇이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까지 주로 주문형 반도체(ASIC)에 기반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판매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개방성’을 수용할 계획이다. 오픈소스를 통해 제3의 협력회사들의 플랫폼과 연계성을 높이고, 시장도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영이 외부와 협업을 통해 강화되는 효과를 나타낸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했을때 직접 만났다. 의미있는 결과가 있었나.
- 체임버스 : 일단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만난 리더 중 가장 인상깊은 사람 중 한 명이 될 것 같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해야할 일과 어떤 파트너와 어떤 협력 관계가 필요한 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대화의 단어 하나하나에 강한 설득력을 실어 신중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중국 시장은 시스코에게도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시장이다. 이 때문에 로빈스가 작년에만 10번 넘게 중국을 오갔고 나도 수십번 중국을 다녀왔다. 양국간 정치적 기후가 속도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결국은 잘 풀릴 것이다. 비즈니스 대 비즈니스로 대화하면 양쪽 모두 실리를 찾을 수 있다는 실용주의에 중국도 이미 눈을 뜬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스토리지 분야에선 HP·애플·아마존이 뒤를 쫓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은 보안·IoE 쪽에선 기존 강자들이 많은 것 같다. 시스코가 시장 주도 가능한가.
- 로빈스 : 우리 조사에 따르면 약 25%의 기업과 정부들만이 컴퓨터와 인터넷연결을 통해 새로운 도전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말은 아직까지도 초연결시대에 살고 있는 75%가 인터넷을 통해 어떤 변화와 기회를 잡을수 있을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경쟁사와 시스코가 공통적으로 현재 경쟁하고 있는 부분은 이미 노출된 25% 시장이다.
새로 혁신하는 시스코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런 75%에게 인터넷을 활용해 어떤 혁신을 일으킬수 있는 지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기 대문에 경쟁사를 앞서가는 전략이다.
▲경쟁자 관계인 애플과 파트너십 체결은 충격적이다. ‘프레너미’(친구이자 동지) 관계를 선택한 이유는.
- 체임버스 : 일단 아직까지 애플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야 할 것 같다. 다만 협력 배경을 말하자면 윈윈을 위해서다. 시스코는 네트워크장비업체다. 우리가 모든 인프라와 디바이스를 가질 수 없다. 시스코는 전세계에 7000여개의 회사와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 그리고 차세대 사업으로 협업솔루션을 강하게 밀고 있다.
애플이 세계 최고의 단말기 회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바일의 활용성과 맞물려 다양한 형태의 창조물과 협업의 결과가 나올수 있다. 기업안에서의 ‘미래의 업무’를 완전히 변화시킬 결과물 같은 것을 말한다.
▲당신은 또 다른 혁신의 키워드로 ‘협업솔루션’을 꼽았다. 미래의 사무실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대체 무엇인가.
- 로빈스: 시스코의 스마트 회의 제품군인 ‘스파크’와 ‘재버’는 회의 또는 공동업무를 하는 당사들의 물리적 위치와 쓰고 있는 기기의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의 한 공간에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음성·화상·문서 등을 통해 실시간 회의를 할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신 영상회의 솔루션인 IX5000은 50인치대 울트라급 초고화질(UHD) 3개의 화면으로 음성과 각종 자료 등을 공유해가며 회의를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시스템의 카메라는 회의 중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따라 카메라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화면을 확대·축소하는 기능을 갖춰 사실상 회의의 공간적 제약 자체를 없애버렸다. 공간적 제약이 없어지면 사무실 형태도 회의실 형태도 모두 달라지게 된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업무 형태도 메일과 텍스트만 이용하던 이전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만큼 달라질 것이다.
▲애플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삼성 등 한국기업과의 사업 확대 계획은 없나.
- 체임버스: 삼성이 폭넓은 IT분야의 강자란 것은 세상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파트너십이라는 게 무조건 한 쪽에서 원해서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항상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고 당연히 바라고 있다. 인천에 시스코 만물인터넷 솔루션 센터(Global Center of Excellence)를 만든 것도 우리가 한국에 큰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시장이 작지만 인터넷 분야만큼은 앞서가는 최적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자극제는 무엇인가
- 로빈스 : 내 아내다.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커서 설교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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