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들이 태아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천식치료를 기피하면서 병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천식 환자 6만 4000여명의 의료서비스 이용패턴을 분석한 결과, 임산부가 천식으로 진료받는 비율은 임신을 하지 않은 일반 천식 환자들의 62%에 불과했지만 오히려 천식 증상 악화로 입원은 약 1.6배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임신한 천식 환자가 제대로 된 천식 치료를 받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2009~2013년 천식환자로 분류된 18세이상의 여성 중 임산부 3300여명과 비임신 환자 5만여 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임산부가 한번 이상 천식으로 진료를 받은 비율은 21.7%, 비임신 환자는 34.9%로 임산부가 천식으로 진료 받는 비율이 비임신 환자들의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진료 일수 역시 임신한 천식 환자들의 경우 2.91일, 비임신 환자는 3.68일로 임산부들의 병원 방문 횟수가 더 적었다.
반면 천식으로 인해 입원한 비율은 임신한 환자의 경우 1.3%, 비임신 환자의 경우 0.8%로 임신한 천식 환자의 입원율이 약 1.6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식 치료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제대로 된 천식 관리를 받지 않아 증상이 악화돼 입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천식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임신중독증 및 저체중아 출산위험이 높아지는 등 임산부와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임신 중에는 평소보다 더 세심하게 천식 증상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과연 천식 치료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2011~13년 천식 증상이 악화돼 치료 단계를 높인 임산부 500여명과 치료 수준에 변화가 없었던 1만여 명의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발생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천식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환자들은 3배 이상 진료를 더 받고, 흡입 또는 전신 스테로이드제를 2배 이상 처방받는 등 강도 높은 천식 치료를 받았지만 천식 치료 수준을 높이지 않은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임신 성적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당뇨 등의 임신성적 지표는 임산부와 태아의 안전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치로서 양 그룹 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천식 치료가 임산부와 태아에게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태범 교수는 “임신 중 약물 복용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누구보다도 더 세심한 관리를 받아야 할 임산부들이 천식치료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서 “천식은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핵심인데, 임신 중에는 천식 중증도가 변할 수 있으므로
이번 연구는 알레르기 분야 최고 저널인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 저널(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인터넷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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