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가입국 내에 원산지 규정이 단일화되면 중소기업이 보다 손쉽게 해외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한 전자상거래법, 지적재산권 등 경제제도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정보통신(ICT)을 기반으로 한 기술무역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국제통상학회가 27일 창립 20주년 기념을 맞아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한성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TPP가 원산지규정을 통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보다 FTA 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그간 우리나라가 맺어온 11개 FTA를 분석한 결과 총 5205개 품목 중 절반가량이 원산지 규정이 11개 국가 대비 8개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11개 국가 모두 원산지 규정이 달랐던 품목도 361개에 달했다.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대기업의 FTA 활용률은 80.5%인데 반해 중소기업의 활용률은 59%에 불과했다”며 “TPP와 같은 다자FTA에서 통일된 원산지규정이 도입되면 그만큼 중소기업의 행정비용이 줄여 FTA활용률이 높아질 것이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TPP에 가입할 시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한-아세안 FTA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면서 중소기업의 동남아국가 진출이 더욱 용이해지는 효과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 인하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면 산업연구원 산업통상분석실장은 “세계은행에 따르면 세계평균 실행관세율은 2000년에 약 10% 수준에서 2010년 약 6%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라며 “특히 TPP 참여국과 우리나라의 관세율 격차는 1%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관세철폐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PP 등 다자협정 시대의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전문가들은 정보통신(ICT)을 기반으로 한 기술무역을 꼽았다. ‘제품’의 생산역량이 전세계적으로 상향평준화되면서 그 안에 내포된 ‘기술’의 부가가치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술무역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기준 한국의 기술무역수지는 58억 달러 적자를 내며 당시 OECD 31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이 246억 달러 흑자를 낸 것과 전혀 상반된 상황이다. 특히 미국에 대한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전체 수지적자의 132.9%를 차지해 미국에 대한 기술의존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은영 충남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특허 출원건수는 세계 4위이지만 기술투자 대비 수익률은 미국의 절반수준인 1.73%에 불과하다”며 “질보다는 양에 집착한 기술투자 때문에 기술수지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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