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이미 선진화, 글로벌화되어 있지만 대부분 수입산 제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차 및 3차 의료기관 15곳을 조사한 결과 2차 병원(종합병원)의 88%, 3차 병원(대학종합병원)의 90.4%가 외국산 의료장비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고, 특히 1억원이상 고가장비는 외국산 의료장비의 의존도가 각각 94.7%, 97%였다. 고가장비는 중환자실이나 수술실과 같이 잠재적 위험도가 높은 영역일수록 외국산 장비구입 비율이 높았다. 이는 국산 의료장비가 의료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의료기기 수출은 24억 4000만달러였지만 수입은 29억 7000만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5억 2000만달러에 달했다.
국산 의료기 수출 1위 기업은 삼성메디슨(2억 2000만달러)이다. 그 뒤를 이어 지멘스 1억 2639만달러, 한국GE초음파 1억 464만달러, 에스디 1억달러, 세라젬 7486만달러, 바텍 7197만달러, 누가의료기 6816만달러, 삼성전자 5950만달러, 아이센스원주공장 4882만달러, 인포피아 3959만달러 등을 기록했다. 메디슨은 1985년 초음파 진단기기 벤처회사로 설립한 뒤 2001년 세계 최초로 라이브(Live)3D 초음파 진단기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산부인과 진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어 2011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후, 산부인과를 넘어선 다양한 진단 영역에서 IT, 이미지 처리, 반도체, 통신 등 삼성의 초일류 기술을 의료기기에 접목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혁신적인 초음파 제품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메디슨은 경쟁사인 중국의 민드레이(Mindray)와 비교하면 성장이 지지부진하다. 민드레이는 1991년 설립한 회사이지만 26개국에 34개지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구개발(R&D)센터도 지난 2006년 뉴욕증시에 상장해 최근 몇년간 13개기업을 인수합병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민드레이는 지난해 12억 4000만달러(약 1조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중 절반을 해외에서 올렸다. 생산품목도 초음파, DR, MRI,모니터, 마취기, 무영등 수술대, 혈액분석기 등 다양하다.
수출 상위품목은 초음파영상진단장치(4억달러), 치과용 임플란트(1억 2000만달러), 소프트콘택트렌즈(1억달러), 개인용 온열기(1억달러)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국산 의료기기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안전성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수출품의 주류는 중저가 제품”이라며 “품질이 비해 가격이 저렴해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 중남미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현재 약 3000개의 의료기기 회사들이 있지만 직원이 10인이하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다. 기업형태로 운영하는 의료기기회사는 20~30여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은 투자할 엄두를 내지못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과 같은 대기업이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X레이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연평균 성장률(2012~14년)이 159%로 2.6배 고성장을 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 병원의 외래진료센터에 프리미엄 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미징 솔루션 전문회사인 뷰웍스는 X선 진단 촬영때 X선을 가시광선으로 변환하여 디지털영상으로 출력해주는 DR(Digital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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