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떼어내 롯데그룹에 넘기는 ‘3조원 빅딜’이 성사됐다. 삼성 입장에선 지난해 한화그룹에 방산·화학계열사를 넘긴데 이은 2차 빅딜이며, 롯데는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됐다.
삼성SDI는 30일 케미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후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총 매각금액은 2조5850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에스케미칼(가칭)로 신설되는 삼성SDI 분할법인의 지분 90%만 우선 인수하고, 3년 뒤에 나머지 10%를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SDI를 포함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호텔신라 등 삼성계열사 5곳이 보유한 삼성정밀화학 주식 31.13%도 4650억원에 롯데케미칼로 넘어간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BP화학의 지분 49%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번 주식 양도로 삼성BP화학도 롯데케미칼의 품에 안기게 됐다.
삼성그룹은 이번 매각 결정으로 화학산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거래 금액도 3조500억원으로 한화그룹에 4개사를 매각했을 때 받은 1조9000억원보다 더 크다.
삼성SDI는 케미칼 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내년 2월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기업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삼성정밀화학의 지분에 대해서도 롯데케미칼의 추가적인 실사작업이 이뤄진다. 양 측은 내년 상반기 중에 모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자산 1조 5000억 원, 부채 4000억 원으로 전남 여수와 경기도 의왕 등 국내사업장 2곳과 해외 8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계로 케미칼 사업부문에서 매출 1조 3000억 원, 영업이익 953억 원을 거뒀으며 종업원 수는 약 1200여 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14조9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롯데케미칼은 이번 빅딜을 통해 얻게 된 회사들의 매출까지 단순 합산하면 연 매출 20조원의 회사로 성장하게 됐다. 또 기존에 갖고 있던 합성수지 원료사업에서의 강점에 더해 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현재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연 매출 22조5800억여원(2014년기준)으로 1위다. 한화토탈과 한화종합화학을 출범시킨 한화 역시 연 매출이 19조원 수준이다. 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을 계기로 업계간 대형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화학업체들간 덩치키우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삼성SDI는 이번에 화학부문을 떼어내면서 2차 전지와 전자재료 사업에 집중하게 됐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에서 추진되고 있는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라는 얘기다.
삼성SDI는 이번 매각을 통해 생긴 자금으로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R&D)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또 향후 5년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1위 수준을 달성한다는 각오다.
일각에서는 이번 빅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기존 롯데케미칼의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며 “자체적으로 생산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굳이 3조원에 가까운
이러한 시각 때문인지 매각 발표가 있은 이날 오후 1시 현재 주식시장에서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보다 11.65% 하락한 24만6500원, 삼성SDI는 4.5% 떨어진 10만6000원, 삼성정밀화학은 8.61% 급락한 3만82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정욱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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