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늦어지면서 이러다 자칫하면 FTA의 연내 발효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속한 FTA 발효를 통해 최근 침체 국면에 빠진 대중 수출이 다시 늘어날 수 있도록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중 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서는 늦어도 11월 말까지는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야 한다. 비준안 국회 통과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 등에 최소한 20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4일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다섯 달 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한·중FTA 비준처리를 위해 지난 달 30일 열기로 한 여야정 협의체는 야당이 일부 사안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오면서 무산됐다. 반면 상대국인 중국은 현재 ‘조약체결절차법’에 따라 국무원 심사 등 원활하게 국내 비준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비준이 지체돼 연내 발효가 무산될 경우 제조업 분야에서만 1년간 1조 5000억원의 무역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중FTA는 발효일에 1년차 관세를 인하하고 이듬해 1월 1일에 곧바로 2년차 관세를 인하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발효가 올해 내에 이뤄질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는 2년차 관세가 적용되지만 올해를 넘기면 내년에 1년차 관세가 적용된다. 최종적인 관세 철폐도 1년이 지연되기 때문에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 비준이 늦어지는 만큼 당장 손해보는 규모가 하루에 자그마치 40억원”이라며 “비준이 늦어져 올해 발효를 못하고 내년에 발효가 되면 FTA 비준효과가 1년 더 늦어지게 돼 1년간 1조5000억원의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조속한 통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비관세 장벽 완화에 강제성이 없고 개방률도 낮아 한·중FTA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무역협회를 비롯한 산업계는 상당한 교역 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우선 소비재와 화학 분야에서는 고수준의 개방이 이뤄지면서 관세철페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재의 경우 중국이 일부 내구소비재를 제외하고는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고 화학분야 역시 의약, 광택제, 계면활성제 등에서 고수준의 관세 철폐가 협정문에 담겼다.
보다 큰 성과는 각종 비관세 장벽의 철폐다. 700달러 이상의 상품에 대한 원산지증명서 제출의무가 면제됐고 48시간 내 통관, 비관세조치 중개절차 등으로 통관 문제 발생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됐다. 건설·환경·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시장 진입규제도 완화돼 중국 내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 컨텐츠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의 중국 진출도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 안팎에선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서비스 부문에서는 양국 모두 DDA협상(도하개발어젠다 다자간무역협상)에서 제시한 양허 수준 이상으로 서비스 시장을 개방했고 향후 2단계 후속 협상을 통해 서비스시장의 추가개방 기회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한·중 FTA는 미국·EU·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FTA가 발효되면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해외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확대되고 중국기업들도 글로벌 진출 시 한국을 전진기지로 삼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침체되고 있는 대중 수출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한·중 FTA의 조속한 발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0월 한달 간 대중 수출액은 약 125억500만달러로 작년 10월보다 8.0% 감소했다. 올해 월별 대중수출액은 네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누적수출액도 1145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이같은 대중수출 부진을 극복하려면 한중 FTA 비준 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 한국의 수출전략을
박천일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한·중 FTA를 활용해 중국 서비스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각종 소비재 수출을 중점적으로 늘리는 쪽으로 대중 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동철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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