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고령층이 세대주로 있는 가구가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로 40대 중반부터 빚을 줄여가는 주요국가와 달리 한국은 교육비 부담 때문에 빚을 갚는 시기가 50대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섭 KDI 연구위원은 18일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령층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에 달했는데 이는 미국과 유럽 등 통계를 확보할 수 있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한 한국은 고령층 가구의 부채 비율이 전체 가구 평균보다 유일하게 높은 나라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고령층 가구의 부채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김 위원은 “다른 나라는 생애 전체에 걸쳐 빚을 점진적으로 갚지만 한국은 빚을 비교적 늦게 갚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교육비 부담이 높기 때문에 빚 갚는 시기를 미국 등 선진국 보다 평균 7~9년 늦은 50대로 늦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50대에 이르면 직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하고 연금 소득도 전체 소득 대비 29%에 그쳐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령층 가구는 총자산 대비 금융자산 비율도 18%로 미국(47%), 독일(23%) 등 보다 낮아 재산이 있어도 빚을 못 갚을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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