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주류(원액 수입 후 병입 포함) 가운데 대표격인 위스키 수요는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바이주(白酒), 일명 중국 고량주 수입액은 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고량주 수입액은 2011년 303만달러에서 2013년 444만달러를 거쳐 지난해 539만달러(62억원)로 부쩍 늘었다. 연간 성장률은 2012년 9.3%, 2013년 34.1%, 2014년 21.3%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1~9월 고량주 수입액은 46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8만달러보다도 30% 가까이 급증했다. 물론 수입액으로만 따지면 작은 수치이지만 중식당이나 한정식집에서 팔리는 실제 고량주 가격이 수입가의 대략 4~5배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고량주 시장은 총 3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는 고급 술의 대명사 위스키의 추락과 대조를 이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최근 6년 연속 감소세를 걷고 있다. 2011년엔 240만상자(1상자=500㎖×18병)를 웃돌았지만 2013년 185만상자에 이어 지난해 179만상자로 뚝 떨어졌다. 위스키 출고량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1%를 기록한 후 2011년 -4.8%, 2013년 -12.8%를 거쳐 지난해 -3.4%를 기록했다.
위스키는 최근 저도화 바람이 불며 변신하고 있다. 폭탄주 대신 잔술로 마시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 블렌디드 위스키 수요는 감소세다. 반면 고량주는 알코올 도수가 위스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이 많은 데다 폭탄주 문화보다는 중식·한식 등 외식 문화와 잘 어울리는 술로 자리 잡았다. 위스키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점도 고량주 인기에 한몫 한다.
고량주 수입업체 징양강코리아의 박애란 대표는 “고량주의 경우 빛깔과 맛이 소주와 비슷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 정서에도 잘 어울린다”며 “무엇보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고량주를 많이 찾아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고량주 시장은 다양화와 거리가 멀다. 국내 고량주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한 것으로 알려진 술은 ‘옌타이(煙臺·연태)고량주’다. 중국 화교를 통해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 등장한 연태고량주는 34도의 비교적 낮은 알코올 도수를 바탕으로 국내 중식당을 장악하며 인기를 끌었다.
연태고량주를 제외하면 수이징팡(水井坊·수정방) 정도만 국내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대가 서로 판이하다. 중식당에서 대략 5만~6만원에 팔리는 연태고량주와 달리 수정방은 20만~30만원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연태고량주가 본격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이전만 해도 마오타이주, 공보가주를 비롯해 다양한 중국 고량주가 인기를 끌었고 수성고량주 등 국내 업체가 직접 만든 고량주도 일정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업체의 생산량은 미미한 편에 속하고 연태고량주를 제외한 다른 수입 고량주도 연태고량주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연태고량주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90만병 판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업계 1위인 마오타이를 비롯해 우랑예 등 다양한 바이주가 혼재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유독 연태고량주 독주가 심하다”며 “한국을 찾은 유커들조차 연태고량주가 한국에서만 인기를 끄는 현상을 의아해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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