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무 아이알티코리아 대표는 2008년 50억원이상 투자한 중국 도금공장 사업이 실패하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현지 파트너에만 의지한 게 화근이었다. 그 이후 유 대표는 대리운전,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빚을 갚았다. 2013년 드디어 재도전 기회를 잡았다. 중기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재도전 힐링캠프’에 참여했고, 정부지원금을 받아 화재를 감지하는 ‘보안용 불꽃감지기구’ 개발에 착수했다. 2년여의 연구 끝에 작년말 기존 제품대비 80%나 저렴한 신상품을 개발했다. 아이알티코리아는 올해초 포스코를 비롯해 글로벌기업인 지멘스에도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유 대표는 “올 매출은 20억원이지만, 스웨덴, 영국 등지의 기업들과 수출협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내년께 100억원대 이상으로 매출이 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재도전 때는 첫 창업 때의 실패를 경험삼아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부터 신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등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를 크게 줄였고 축적된 관리노하우가 생기면서 창업의 성공확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패후 정부지원을 받아 재도전한 기업의 생존율이 전체 창업기업 대비 2배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재창업자금 지원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도전기업의 3년간 생존율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재도전기업에 대한 생존율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보고서는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2010년부터 5년간 재창업지원기업 685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중기청은 2010년 15개기업을 시작으로 2011년 75개, 2012년 96개, 2013년 211개, 2014년 288개 등 총 685개 업체의 재창업을 지원했다. 이들 기업의 1년후 생존율은 685곳 중 666개가 살아남아 97.2%를 보였고, 2년은 397개 중 355개로 89.4%를 보였다. 3년후 생존율은 80%로 186곳 중 145곳이 살아남았다. 표본수는 줄어들지만 창업 4년후에는 90곳 중 62곳(68.8%), 2010년에 지원을 받은 15개기업중에는 아직 11개기업이 살아남아 73.3%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신생업체는 84만700곳으로 3년후에는 38%인 32만1800여곳만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창업한 전체 기업의 5년후 생존율은 30.9%에 불과했다. 재도전 기업의 생존율이 전체 창업기업 생존율의 2배를 웃돈다는 계산인 셈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실패 과정에서 쌓은 기업인의 경험과 기술이 자산이 되면서 계속기업으로서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재도전 기업인에 대한 옥석을 구분해 성실한 재도전 사업가에는 신용불량자 해제, 세금유예 등으로 적극적인 재창업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벤처·창업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와 양질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기업인들에게 적극적인 재도전 기회를 제공해야만 한국의 기업생태계가 활력을 찾고 재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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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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