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 재학중인 송유근(17) 군의 국제학술지 논문이 ‘저작권 위반(표절)’을 이유로 결국 철회됐다. 이로써 송 군은 국제학술지 게재라는 UST의 박사학위 졸업자격을 상실해 내년 2월 박사학위 취득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은 24일(현지시간) 표절을 이유로 송 군이 지난달 5일 게재한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천체물리학저널은 송 군과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공동 저자로 제출한 블랙홀 논문이 2002년 박 연구위원이 학회에서 발표한 자료(프로시딩 논문)를 인용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송 군의 지도교수다.
저널은 “이번 논문은 2002년 박 연구위원이 발표한 프로시딩 논문에서 많은 부분을 그대로 사용했다”며 “저작권 위반(copyright violation)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송 군이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은 블랙홀의 자기권에 대한 내용으로 박 위원과 송 군이 공동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14일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송 군의 논문이 2002년 박 위원의 프로시딩 논문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계에서 논문은 프로시딩과 페이퍼(일반 논문)로 나뉘는데 프로시딩이란 학술지에 게재하지 않은 논문으로 학술대회나 워크샵 등에서 발표된다.
저널 검토위원들은 이번 논문이 박 연구위원이 2002년 작성한 프로시딩 논문을 인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철회 이유로 들었다. 결국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이기도 한 박 연구위원에 대해 ‘자기 표절’ 판단을 내린 셈이다. 박 연구위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2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천체물리학계에서는 프로시딩을 논문으로 치지 않는다”며 “하지만 워크숍 발표 논문(프로시딩)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해서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근이의 내년 2월 졸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취소된 논문과 제출하려던 논문을 합해서 아무런 하자가 없는 논문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UST는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졸업 자격 요건으로 제1저자로 참여한 논문 1편 이상을 SCI급 저널에 발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논문 철회로 송 군의 박사학위 졸업 요건이 충족되지 않게 됐다. 예정대로라면 송 군은 천체물리학저널 논문 게재로 졸업 자격을 얻고 내년 2월 만18세 3개월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25일 대전 UST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든 잘못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논문의 학술적 가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그는 “이 분야에 관련된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20명”이라며 “본인이 큰 학자는 아니지만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학계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일이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의 영재 교육에 대한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 군은 8살 때 고졸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9살이 되던 이듬해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하면서 ‘천재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후 전자계산학 학사를 받은 뒤 2009년 UST 천문우주과학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송 군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담스런 시선과 ‘최연소 박사’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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