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 최대 할인행사로 꼽히는 ‘블랙프라이데이’에 한국 업체들이 사활을 걸면서 해외직구(직접구매)가격과 ‘국내 블프 판매가’가 역전되고 있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워낙 할인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한 후 국내로 배송받는 ‘직구’가 배송비, 관세, 부가세 등을 감안해도 유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이 좀처럼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를 공격적으로 이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각 유통채널은 물론 일부 제조업체들도 최대 90% 세일 문구를 걸고 ‘해외직구보다 싸고 편리하다’는 점을 내세워 ‘블프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주요 히트상품들의 실제 미국현지 직구가격과 국내 K-세일할인 가격을 비교해봤다. 여전히 해외직구 아이템들이 대체적으로 월등히 저렴하지만 일부 인기상품들중에는 국내 할인가가 더 저렴한 경우도 제법 눈에 띄었다.
특히 소규모 리테일러들의 반격이 거세다. 해외패션 상품을 병행수입형태로 온라인서 판매하고 있는 ‘리본즈’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을 맞이해 미끼상품으로 4만원짜리 펜디 장지갑을 내놓는가하면 국내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보다 더 저렴한 가격의 블프 할인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알렉산더 왕의 ‘스몰 디에고 버킷백’은 아마존의 패션몰인 ‘샵밥(Shopbop)’에서 주문하면 기본 가격(775달러)에 관세와 부가세 등을 합쳐 109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지만, 리본즈에선 95만원대에 구입가능하다. 국내에서 해외명품을 구매하는 것이 되레 싼 셈이다.
온라인 큐레이션 G9에선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해외직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데 이 기간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론 일부모델을 아마존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 ‘SYMA 드론 X5C-1 화이트모델’의 아마존 직구가격은 물품 가격 6만5000원에 배송비 9300원이 붙어서 7만5000원 정도지만, 이 사이트에서 구매할 경우 2만원이 싼 5만4900원인데다, 배송기간도 짧다. 11번가에서는 주방용품인 조셉조셉100컬렉션의 인덱스도마를 직구가보다 1만원 정도 저렴한 9만9000원에 구매 할수 있다. 요즘 유행인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노비스의 튤라 모델은 국내 구입 물품가격만 1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여기에 관·부가세 22만원까지 더해져 직구를 하면 국내에서 살때보다 30만원이 넘게 더 비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블프 맞불에 가세했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애플의 맥북에어 제품은 110만원으로 아마존에서 직구하는 가격보다 19만원이나 저렴하다. 아마존 판매가격은 999달러로 여기에 관세와 부가세가 12만원 정도 추가된다. 게다가 백화점 포인트 등이 적립되는 것까지 따지면 직구로 구입하는게 훨씬 손해다. 현대백화점 역시 영국의 프리미엄 장갑 브랜드 ‘덴츠’제품을 영국 온라인쇼핑몰에서 직구하는 가격 55만원(46만7000만원+관·부가세 8만5000원)보다 저렴한 39만8000원에 가격을 책정해 판매한다. 이마트는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A5100L 모델을 29만8000원에 판다. 점포당 5개 한정 수량이고 삼성카드 결제 조건이 걸려있긴 하지만 판매가 자체가 아마존에 비해 30만원 이상 저렴한 것은 유통채널이 블랙프라이데이에 거는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규모는 1조8천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처럼 최근 수년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해외직구를 파격적인 가격할인과 프로모션으로 국내소비로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백화점, 온라인채널, 소규모 리테일러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제 손놓고 구경하는 남의 잔치가 아닌, 침체된 소비를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급증하고있는 해외직구 규모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부 리테일러들은 한참 환율이 좋을 때 미리 제품을 구매해놓으면서까지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에 대비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0~11월은 전통적으로 추석 외엔 큰 이벤트가 없는 비수기였는데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가 국내에서도 큰 이벤트가 되면서 수개월전부터 미리 준비를 했다”면서 “손해를 감수하고 몇개의 미끼 상품을 내놓고 나머지 상품들은 마진을 최소화하되 최대한 판매수량을 많이 가져가는 다다익선 전략으로 매출증대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구로 재미를 봤던 대행 업체들도 연중 최대 대목을 맞아 그어느때보다 바빠졌다. 국내 1위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를 대비해 7월부터 준비에 나섰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직전 미국 뉴저지 물류센터 규모를 3배 확장하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델라웨어 지역의 물류센터를 4배 이상 확장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이번달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현지 인력을 20%이상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아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
택배사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한진택배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대비해 국내 통관 및 배송전담 인력을 2배 가까이 충원하고, 지난 7월 인천 통관 물류센터를 1.5배 정도 규모로 확장하는 작업을 마쳤다.
[박인혜 기자 / 이새봄 기자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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