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가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입장을 급선회했다. 정치권이 여론의 ‘역풍’을 우려했다는 해석이다.
종교인들은 일반인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정치권은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천주교와 불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인데다 여론 또한 과세정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울면서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접근이 이뤄졌다.
다만 여야는 정부안을 의결하되 시행을 2018년으로 유예했다. 이는 내년 총선과 2017년에 예정된 대선 등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은 ‘종교소득’을 법률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필요경비 공제율을 소득에 따라 차등을 뒀다. 소득구간별 공제율은 △4000만원 이하 80% △4000만~8000만원 60% △8000만~1억5000만원 40% △1억5000만원 초과 20%에 해당한다. 학자금, 식비, 교통비를 비롯한 실비에 대해서는 비과세소득으로 처리한다.
원천징수 또한 종교단체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종교인이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는 의미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종교계가 우려했던 부분인 교회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는 세무공무원의 세무조사시 종교단체의 장부나 서류 가운데 종교인 개인 소득에 대한 부분만 제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야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종교단체 관계인들을 초청해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조세소위 관계자는 “종교단체 관계인 중 불교와 천주교에선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기독교는 찬반이 나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조세소위 내에서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하루하루 기류가 계속해서 변화돼왔다. 특히 주말인 29일에도 조세소위위원장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심야까지 의견을 나눴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세소위 차원에서 결론짓기엔 파급효과가 큰 문제인 만큼 지도부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야가 종교인 과세에 결국 합의한 것은 2012년 이후 몇번이나 논의만 했을 뿐 법제화하지 못한 종교인 과세가 또다시 좌절될 경우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반세기를 끌어온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란은 일단 마무리 단계로 들어갈 전망이다. 종교인 과세 논란은 1968년 초대 국세청장이던 이낙선 청장이 성직자에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처음 불거졌다.
이후 1992년에는 고 한명수 수원 창훈대교회 목사와 손봉호 당시 서울대교수 간의 공개토론으로 또 한차례 논란이 벌어졌지만, 국세청이 종교계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2006년에는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가 종교인 탈세를 정부가 묵인하고 있다며 당시 이주성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던 일도 있었다.
2012년 들어서는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이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워 세법개정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도 2014년 종교인 과세가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묵은 과제가 일단락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정
또 종교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최승진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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