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의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병·의원의 무분별한 주사남용을 견제하지 못하는 허술한 보건 감시체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무분별한 주사처방이 적발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데다 비급여항목 주사의 경우 처방등록을 할 필요가 없는 허술한 현행 제도를 악용해 다나의원이 찾아오는 환자 대부분에게 주사 처방을 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02년부터 각 의료기관의 주사제 처방률 평가를 실시해 왔다. 다나의원은 2011년 상반기 평가에서 주사제 처방률이 86.94%에 달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해 2015년 상반기 평가에서는 98.12%를 기록했다. 사실상 거의 모든 환자에게 주사를 맞혀온 것이다. 올 상반기 전체 의료기관의 평균 주사제 처방률이 19.29%(의원급 21.3%)였던 점에 비춰보면 비정상적인 진료행위라고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주사제 처방률에 따라 병원을 1~5등급으로 평가(등급이 높을수록 주사제 처방률이 높다는 것)하는데 다나의원은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2011년 상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연속으로 5등급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급여를 일부 깎는 ‘감산’ 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다나의원에 대해서도 수차례 감산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감산 비율이 작아 사실상 제재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다나의원은 또 주사처방 중 상당수를 건강보험공단 등에 신청할 필요가 없는 ‘비급여항목’으로 처방해서 보건당국의 관리를 피했다.
C형간염 집단감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액주사’가 바로 대표적이다. 수액주사 중에서도 치료 목적의 수액주사는 급여항목에 포함되지만 피로회복 등을 위해 맞는 수액주사는 비급여항목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 처방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다나의원의 경우 의사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간호사들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신고의무도 없는 수액주사를 집중적으로 처방했고 그렇다보니 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약품 안전관리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DUR(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법안이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여기서도 ‘비급여 항목’ 의약품은 신고 의무대상이 아니다. 보건당국 측은 ‘비급여 항목’이 빠지면 DUR 법안이 사실상 ‘반쪽짜리 법안’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DUR 법안의 가장 큰 목적이 환자에게 처방된 모든 의약품 정보를 의사나 약사가 사전에 확인을 해 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자는 것인데 비급여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들은 이 법안이 진료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며 “DUR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항목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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