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소비위축으로 수년간 정체의 늪에 빠져있던 대형마트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저가 상품이나 자체상품(PB)을 통해 경쟁하던 과거와 달리 ‘차별화된 경험’을 무기로 장착한 ‘제 3세대 대형마트’로 소비자들의 닫힌 마음과 지갑을 열겠다는 포부다.
롯데마트는 2일 다양한 시도를 접목한 제 3세대 대형마트인 창원시 양덕점을 공개했다. 개점을 하루 앞둔 만큼 직원들은 막바지 준비에 분주했다.
대형마트를 방문한 소비자들이 가장 처음 찾는 공간인 지하1층 식품 매장, 기존 대형마트보다 훨씬 어두운 조명 덕분인지 마치 백화점 식품코너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서현선 롯데마트 VMD 전략부문 부문장(상무)은 “기본 조도를 낮추는 대신 제품에 핀조명을 줘 상품에 대한 주목도를 높였다”며 “시선이 분산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상품을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매장 오른편에는 ‘해빗’이라는 특화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유기농 식품을 비롯해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춘 매장이다.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건강과 웰빙에 모두 관심이 높다는 데 착안해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과 세제, 방향제, 천연화장품까지 한 특화매장에 몰았다. 이날 오후 매장을 찾은 이서인(44·창원시)씨는 “아이들 음식을 사러왔는데 이렇게 다양한 천연 제품들이 진열된 것을 본 건 처음이다”며 “음식 말고 다른 해외 유명 유기농 세제 등도 사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서 쇼핑을 마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오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곳은 온갖 종류의 생화와 식물이 가득한 ‘페이지그린’이라는 매장겸 휴식공간이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아로마 향이 나는 이 공간에서는 생화를 포함한 원예 관련 제품 뿐 아니라 방향제 등의 ‘힐링’ 상품과 아트북, 레시피 북 등의 서적도 구매할 수 있다. 매장 안에 마련된 카페에서는 원하는 차를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 상무는 “대형마트에서 대부분의 쇼핑은 지하 1층의 식품매장에서 이뤄진다”며 “지하 1층에서 목적 구매를 하고 난 후 1층으로 올라와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게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지그린 내에서 구입한 커피나 차는 테이크아웃 해 들고 다니며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점도 새로운 시도다.
욕실·거실·주방용품과 인테리어용품들을 한데 모아놓은 ‘룸바이홈’ 특화매장 역시 롯데마트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 중 한 곳이다. 이케아 등 라이프스타일숍들이 마치 모델하우스같은 ‘쇼룸’ 형식으로 물건을 진열하고 판매하지만 룸바이홈 매장은 쇼룸을 최대한 배제한 채 최대한 다양한 제품들을 보기 쉽게 진열하는 데 더 초점을 뒀다. 1190㎡(360평)의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다. 신주백 롯데마트 MD전략팀장은“작은 공간은 아니지만 쇼룸을 만들다보면 공간 활용도가 많이 떨어진다”며 “비슷한 형식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대형마트’답게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기 쉬운 형식으로 매장을 꾸미는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개면 배개, 커튼이면 커튼 등 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한번에 볼 수 있게끔 진열해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게했다”고 덧붙였다.
양덕점은 특화매장 뿐 아니라 매장 전체 동선과 진열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소비자 주 동선 폭을 기존점(평균 3~4m)보다 1m 이상 넓혀 쾌적한 느낌이 들게 했고 ‘일방동선(One way)’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동거리를 간소화 했다. 지하 1층 식품매장에서부터 큰 동선을 따라 쇼핑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2층 매장까지 보두 둘러볼 수 있는 형태다. 신 팀장은 “기존 매장은 소비자 동선보다는 상품 진열에 초점을 맞춰 구성돼있어 소비자들이 일일이 진열대 위에 위치한 제품 카테고리 팻말(간판)을 보고 찾아가야하는 형태라 비효율적이었다”며 “진열대를 높여 팻말보다 제품이 더 잘 보이게 만들고 동선을 심플하게 만들면 소비자가 상품을 찾기 수월해진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양덕점을 시작으로 신규 점포 출점시에 같은 운영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까지 30여개의 수도권 기존 매장들을 ‘제 3세대 대형마트’로 리뉴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이사는 “대형마트 부활의 돌파구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기대하는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상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을 창조해 내 해답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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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침실,주방,욕실 등 용도별 집안 꾸밈 용품을 한데 모아놓은 특화매장 ‘룸바이홈’<롯데마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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