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업 설비투자 증가 덕분에 플러스로 반전됐다. 디플레이션 탈출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 덕분에 고질적인 패배감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3개의 화살(양적완화·재정투입·구조개혁)로 이뤄진 아베노믹스의 최대 강점은 ‘실행력’이다. 일본정부 정책이 곧바로 입법화돼 속도감있게 진행돼왔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과 유사한 한국의 경제법안들은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행동 없이 말만 무성한 셈이다.
8일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3분기 GDP 개정치는 1.0%(연율)로 지난달 속보치 -0.8%를 크게 웃돌았다. 당초 기업 설비투자가 1.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0.6% 늘어난 덕분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에 따르면 4분기에도 성장률은 1.3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흥국과 유럽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 일본의 경기회복 분위기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현재 아베 정권은 3개의 화살 가운데 구조개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아베 정권은 탄탄한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기업활동에 제약이 되는 각종 덩어리 규제와 의료·농업 등 기득권 세력을 개혁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앞서 아베 정권 직전 민주당 정권은 3년 동안 3명의 총리가 바뀌는 정치 불안정을 겪어야 했다. 또한 실행이 어려운 아마추어리즘 정책으로 혼란을 자초했다. 하지만 뒤이은 아베 정권은 3년째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아베 정권은 2018년 가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상태다. 따라서 아베노믹스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중의원(하원)을 3분의 2, 참의원(상원)의 과반수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아베노믹스는 국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덕분에 아베 정권이 설계한 정책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국회를 통과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아베노믹스 첫해인 2013년에 줄줄이 통과한 중요 법안들은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과잉공급 분야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각종 세제·금융 혜택으로 돕는 ‘산업경쟁력강화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 덕분에 미쯔비시중공업과 IHI가 항공엔진 사업을 통합하는 등 일본 기업들이 발빠르게 생존을 위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의료·농업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 ‘국가전략특구법’도 2013년말 제정됐다. 의사회와 농협 등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전국 단위 규제개혁이 지지부진하자 덩어리로 규제를 없애는 특구를 지정한 것이다. 칸사이 국제의료 이노베이션 거점에서 수십개 프로젝트 사업계획이 승인되고, 야부·니이가타 등에서 대기업이 농업법인을 만드는 등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촌의 반발을 무릅쓰고 쌀·육류 등 농산물 관세 인하와 수입물량을 크게 늘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타결한 것 역시 아베 정권의 업적으로 꼽힌다. 아베 정권은 이에 앞서 농업 기득권의 상징인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개혁안을 각의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베 정권은 국가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상황에서도 최근 법인세율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내년에 20%대로 낮추기로 했다. 2013년 37%던 실효세율이 7%포인트 넘게 낮아지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법인세를 지속적으로 낮췄지만 2015년도 세수는 1991년 이후 24년 만에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기업 이익 증가로 세수 기반이 늘어난 덕분이다.
반면 과거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속도’와 ‘실행력’은 옛말이 됐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덫’ 때문이다. 야당 반대로 인해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각종 법안들이 사장됐거나, 사장될 위기에 놓여있다.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아 올해 입법이 추진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은 야당이 재벌 지배구조 강화와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의료·관광 등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영리화에 이용될 수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 탓에 4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한국에서 농업 개혁은 먼나라 얘기다. 오히려 정치권 야합으로 한·중자유무역협정(FTA) 체결때 기업들에 ‘준조세’ 부담을 안기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1조원 조성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법인세의 경우도 한국 정부는 국회에 등떠밀려 계속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실효세율이 박근혜 정부들어 2~3%포인트 올라 내년에 20%선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은 일당독재체제를 기반으로 강력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세종 = 조시영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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