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신소재를 이용해 자동차 무게는 줄이면서도 차체는 더 튼튼하게 만드는 기술이 자동차 제조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출시 예정인 벤츠의 중형세단 뉴 E-클래스는 트렁크 및 실내공간 확장으로 차체가 더 커졌지만 무게는 기존 모델보다 70~150kg 정도 더 가볍다. 알루미늄 적용 비율을 전체 차체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알루미늄은 철에 비해 40% 가량 가벼워 차량경량화의 핵심소재로 꼽히지만 철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고급차를 중심으로 활용도가 늘어나고 있다. 알루미늄 소재의 활용을 통한 차체 경량화 기술은 기존 C클래스에도 적용됐으며 향후 벤츠의 다수 차종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아우디는 100% 알루미늄 차체 기술로 경량화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아우디는 1994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자동차에 100% 알루미늄 차체 기술을 적용했다. 브랜드 내에서 100% 알루미늄 차체가 최근 적용된 것은 대형세단 뉴A8으로 일반 스틸 차체로 제작된 경우에 비해 최대 140kg까지 가볍다. 아우디 관계자는 “아우디는 전세계 어느 브랜드보다도 많은 알루미늄 차체 차량을 생산한다”며 “연비를 향상시키고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최상의 성능을 실현하도록 돕는 게 우리 차체의 특징이다”라고 말했다.
재규어 랜드로버는 알루미늄 소재를 엔진에 적용했다. 올해 출시된 재규어 XE와 내년 출시될 재규어XF에 장착되는 ‘인제니움 디젤 엔진’은 알루미늄 소재의 적용으로 기존 엔진 대비 30kg 경량화됐다. XF의 경우 이를 통해 기존 모델 대비 총 190kg이 경량화됐다.
BMW가 최근에 출시한 2016년형 7시리즈는 카본 코어 적용으로 차량 중량을 최대 130kg까지 감소시켰다. 카본 코어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과 초고장력 강철, 알루미늄을 조합한 신소재다. 특히 플라스틱 수지에 탄소섬유를 보강재로 사용한 CFRP는 강성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중량을 강철보다 약 50%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CFRP는 가격이 비싸고 차체 제조에 적용하기 어려워 과거엔 경주용 차량 정도에 사용됐다. BMW 그룹은 10년 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란츠후트 공장에서는 M시리즈에 적용되는 CFRP 루프만 일일 최대 50개씩 생산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주로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높여 경량화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 대비 무게는 10% 이상 가벼우면서 강도는 2배 이상 높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9일 출시한 최상위 모델 EQ900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기존 모델 대비 3.2배 향상된 51.7%가 적용됐다. 프리미엄 사양의 추가로 원래 120kg에 가까운 중량 증대가 예상됐으나 초고장력 강판을 통해 65kg이 무거워지는 데 그쳤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지엠의 신형 스파크 역시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71.7%까지 높였으며 쌍용차가 내년 출시할 티볼리 롱보디에도 71.4%가 넘는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이 적용될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M7 노바’ 뒷좌석 시트와 트렁크의 경계부분에 세계최초로 마그네슘 판재를 사용했다. 마그네슘 소재는 실용금속 중 가장 가볍다. SM7 노바는 3.6kg이던 기존 철강 부품에서 2.2kg을 줄인 1.4kg의 부품으로 적용 부분 61%의 경량화를 달성했다. 마그네슘 판재는 고가이지만 포스코의 공정기술 개발로 우수한 양산능력과 경제성을 확보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금은 뒷좌석 시트와 트렁크 경계 부분에 한정돼 있지만 앞으로 적용 대상 부분이 점점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경량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연비 효율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각국 정부의 연비 규제가 강화되는 데 있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 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같은 연료를 사용해 더 멀리 가야 한다는 과제는 일반차나 친환경차 모두에 적용되는 이슈”라며 “연비 뿐만이 아니라 가볍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승차감 향상, 제동거리 단축에 영향을 미쳐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올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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