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7년간의 ‘제로(0) 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향후 금리인상 속도와 한국은행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연준은 내년까지에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이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봤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 매일경제가 경제·금융 분야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년말까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두 차례 정도 단행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51%). 내년말 미 연준 기준금리가 0.75~1%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같은 국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연준 위원들이 밝힌 기준금리 전망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17명의 미 연준 위원이 생각하는 향후 기준금리 전망치를 나타낸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이들은 내년말 미국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해 1.25~1.5%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점도표에 제시된 것과 같이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지난 1994년, 1999년이나 2004년과 비교해 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제로금리’ 시대를 끝냈다는 상징적인 신호를 세계 경제에 줬지만 중국과 유럽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화답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이런 불확실성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는 시기에 대한 의견은 서로 엇갈렸다.
일단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로는 내년 상반기를 꼽는 의견(30.7%)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25%)와 2017년 이후(25%)를 꼽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인식은 한국과 미국 간 ‘적정’ 금리차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전문가들이 전망한 한·미간 적정금리차는 평균 1.09%포인트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양국간 기준금리차 적정선으로 1%포인트면 충분하다고 답한 의견(23%)이 가장 많았다. 이어 0.5%포인트, 1.5%포인트 순이었다.
만약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대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년말까지 0.75~1%로 올리고, 한국과 미국 간의 적정금리차가 1%포인트라면, 내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75%가 적절하다는 의미다. 이는 현행 기준금리(1.5%)를 내년에 한번만 올리면 되는 수치다. 굳이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내년 상반기는 경기 회복이 최우선과제이기 때문에 기준 금리를 동결기조로 유지해야 한다”며 “경기흐름을 모니터링한 후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은도 미국을 성급하게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0일 금통위를 마친 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미국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주요대의 경제학 교수 18명, 연구소의 전문연구원 21명, 금융기관 전문가 13명 등이었다.
[전정홍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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