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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소비자는 취사선택을 통해 ‘현명한 소비’를 했다. 타 브랜드가 주지 못하는 경험을 안겨주고, 품질 대비 훌륭한 가격대를 제안하고, 실용적인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9일 삼성패션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패션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10대 이슈’를 보면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연구소는 ▲탈경계 무한경쟁시대 ▲경험에 기반한 소비 ▲정보력을 갖춘 소비자 ▲캐릭터 전성시대 ▲1980년대 문화코드 ▲웨어러블 기술 ▲쉐프마케팅 ▲힐링 홈 ▲글로벌 쇼핑 확대 ▲O2O서비스 경쟁 등 10가지 이슈를 선정했다.
이를 분석해보면 과거 ‘브랜드’ 지향의 소비는 주춤했고, 대신 실용주의적이고, 품질 대비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IT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소비자는 거의 ‘완벽한 정보력’을 갖추게 됐고, 이에 따라 브랜드 자체의 영향력보다 필요한 기능만 가진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 소비 성향이 커졌다는 것. 샤오미가 업계를 휩쓸었고, 가격대비 압도적 사이즈를 내세운 ‘빽다방’ 커피, 브랜딩 비용을 아껴 소비자에게 재화를 돌려주려는 이마트의 ‘노브랜드’ 등이 부상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글로벌 쇼핑이 이제 더 이상 소수만의 일이 아닌 것도 이같은 합리적 소비성향을 반영한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주도하는 11월 11일 ‘광군제’는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협하는 쇼핑 이벤트로 떠오른 상황. 업체들도 이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활용해 자신이 설정한 가격 범위 내에서 최선의 소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무조건 가격만 본 건 아니었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경우 굳게 닫힌 지갑도 열었다. 이는 ‘경험지향소비’로 요약해볼 수 있다.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기보다는 여행, 맛집, 공연, 요리, 인테리어 등 체험을 연계시켜 똑똑하게 판매하는 경우 많은 지지를 받은 것. 그동안 없었던 ‘먹는 경험’을 선사해 대박을 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삼성물산패션부문이 빈폴 매장에 설치한 고객의 스타일링을 거울에 비치기만 해도 제안해주는 ‘요술거울’도 비슷하다. 이는 ‘온라인’이 대세인 상황에서 아직도 ‘오프라인 유통’이 할 일이 남았음을 입증해주는 부분이다.
캐릭터 상품의 인기도 이같은 ‘경험지향소비’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 가방이나 의류, 모자보다 자신과 ‘감정적 연대’를 형성한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그야말로 올해 ‘캐릭터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디즈니의 스타워즈 컬렉션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모바일메신저의 친숙한 캐릭터들이 패션과 뷰티업계의 대표 화두가 됐다. 과거 캐릭터 제품은 나이 어린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있었으나, 올해는 남녀노소를 초월했다.
나인경 삼성패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캐릭터 상품은 성, 연령, 시대를 초월해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소비심리가 저하되는 시기에 타깃층을 넓힐 수 있는 전략으로 업계의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 그 당시의 경험을 이끌어내는 1980년대 복고풍 상품의 인기가 이어진 것, IT기술과 패션이 만나 ‘웨어러블’ 아이템이 속속 출시된 것, 입고 걸치고 바르는 패션뷰티를 넘어 자신의 집을 꾸미는 ‘홈 퍼니싱’이 급부상해 이케아를 비롯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돌풍을 일으킨 것 등이 주목할만한 올해의 트렌드였다. 업계에선 ‘옴니채널’과 ‘핀테크’가 여전히 화두였는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과 간편한 결제서비스의 제공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시장의 성공 키워드로 ‘신선한 변화를 담은 새로 고침(Fresh Reloading)’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시장은 ‘근본적 체질개선’을 해야 하고 비즈니스에선 ‘개인화 서비스’가 필요하며 스타일 측면에선 ‘감성과 창의력이 극대화되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브랜드에선 브랜드만을 믿지 말고 ‘실력이라는 절대 가치를 강화’해야 하며,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선 ‘개인의 취향이 이끄는 삶’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 측이 내다보는 내년 전망이다.
결국 부정적 경기전망에도 철저히 소비자에 ‘맞춤’한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는 여전히 먹힐 것이고 이를 위해 업체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CRM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 이 와중에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은 오히려 소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스타트업이나 중소상인들이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다채로운 프린트와 패턴, 정교한 ‘크래프트맨십’으로 감성과 창의력을 돋보이되 실용성은 잃지 않는 아이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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