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쿡방’에 열을 올렸던 방송사들이 새해를 맞아 저마다 인테리어를 앞세운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홈퍼니싱((Home Furnishing)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이같은 트랜드의 변화를 발빠른 백화점이 놓칠리 없다.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화점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홈퍼니싱과 같은 리빙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7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앞으로 10년간 지속될 메가트렌드를 미리 예측해 향후 현대백화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리빙사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향후 트랜드 변화를 고려해볼 때 현대백화점이 리빙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인간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중 백화점의 1세대 먹거리였던 패션 영역이 줄어들면서 2세대인 식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주(住)’가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최근 기존 생활사업부 내 가정용품팀을 ‘리빙사업부’로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리방시장 확대와 급변하는 고객 니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리빙사업부 내 리빙팀과 리빙컨텐츠팀을 배치해 기존 가정용품 업무는 리빙팀에서 관장하고 리빙컨텐츠팀은 리빙 관련 트랜드 분석과 미래지향적 매장 구성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국내 리빙상품 시장은 약 11조원 규모이지만 향후 5년 내에 15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트랜드 변화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8층 전체를 사용하는 리빙관의 매출이 목표를 15% 이상 초과 달성해 다양한 카테고리 중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문삼권 리빙사업부장은 “가치소비 중심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식품’에 이어 실질적인 삶의 질과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리빙상품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인테리어사 및 계열사인 현대리바트와의 협업으로 최고수준의 리빙콘텐츠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주방·식기, 욕실용품 등 ‘홈 퍼니싱’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전년대비 20% 이상 신장했다. 이에 따라 리빙사업부 비중도 꾸준히 커지는 추세다. 2009년 8.6%였던 현대백화점 리빙 관련 매출 비중은 지난해 11%까지 성장했다. 패션부문의 매출비중이 같은 기간 82.3%에서 76.8%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2월 잠실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리빙관’을 오픈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리빙관’은 총 면적이 6300㎡(1900평) 규모로, 롯데백화점 본점 리빙 매장보다 약 1460㎡(440평) 넓다. 가전, 가구, 홈패션, 주방 등 리빙 전 상품군을 총 망라한 15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롯데측은 프리미엄 리빙관의 성공을 거울삼아 다른 점에도 리빙관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롯데백화점은 신년을 맞아 오는 17일까지 홈 퍼니싱 상품전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우드윅, 에스테반, 시아(SIA) 등 총 20개의 홈데코 브랜드가 참여하며, 매장에서 전 상품을 최대 40% 할인 판매한다. 또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덴비와 포트메리온, 로얄알버트 브랜드의 주방, 식기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주방·식기, 홈데코 상품 대전’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운용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숍 ‘자주’ 매장을 더 많이 백화점에 유치해 리빙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 강남점을 증축하면서 리빙관 규모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며 “백화점 매출에서 리빙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섭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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