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6’는 전통적인 업종 국적 규모를 초월한 전방위적인 영역 파괴는 물론 기존 경쟁구도를 무너뜨리는 협업까지 동시에 이뤄졌다. 특히 IT와 자동차 업체간 사업 재편이 본격화했다.
포드는 현지에서 열린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기반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연내로 도요타와 공유하기로 했다. 여기에 구글이 가세하자, BMW 벤츠 아우디 등 유럽업체들은 독자적인 시스템 개발로 대항에 나섰다.
이같은 CES 행사장에서 벌이진 이종업종간 협력과 경쟁구도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기술로 부각된 것이 바로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자동차, 로봇, 심지어 스포츠 용품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확대 돼 앞으로 산업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핵심 트렌드로 꼽혀 이번 쇼의 ‘진짜 영웅(Real Hero)’란 평가를 받았다. 올해 CES에서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수많은 제품이 실제로 상용화되어 선보였는데, 앞으로는 인공지능 기능을 어떻게 결합할지가 또다른 승부수가 될 전망이다. IoT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제품이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솔루션을 제시하는 단계로 진입한다는 얘기다.
스포츠 용품 회사 ‘언더아머’는 샌즈 엑스포에 별도로 마련한 헬스케어 및 스포츠 관에서 스마트 밴드와 수면 측정이 가능한 기기 등을 한곳에 담은 ‘헬스박스’를 처음 선보였다. 언더아머와 IBM은 헬스케어앱 ‘레코드’와 인공지능 기술 ‘IBM 왓슨’을 결합한다고 발표했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모든 활동(수면, 환경, 영양상태, 심리적, 체력적 상태진단)을 적절하게 조언해주고, 제품이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계획해준다. 의사나 전문가가 해주던 포괄적인 건강 컨설턴트를 로봇이 해주는 셈이다.
예를들어 40대 남자에게는 전세계에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가진 450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다. 여기에는 평균 몸무게, 심장 약동수, 하루 걷는 운동량, 영양상태, 음식물 섭취, 날씨 환경 데이터가 모두 포함된다. 이를 통해 헬스박스는 스스로 생각해 해당 남성에게 최적화된 개별 맞춤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은 7일 열린 CES2016 기조연설에서 “전세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80%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비즈니스 통찰을 가져올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람처럼 데이터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CES2016에서 3대 트렌드로 꼽힌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현실(VR), 드론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으로 부각됐다. 이용자 습관이나 위치, 환경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신 러닝, 딥 러닝이 바로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특히 자율운전차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다. 이같은 사실 때문에 도요타는 지난 5일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약 1조원을 투자해 만든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소개로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아울러 구글의 로봇 부문 수장인 제임스 커프너를 천문학적인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고 TRI로 영입하는 등 도요타가 인공지능 연구에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길 프랫 TRI 대표는 “인간과 자동차의 상호작용을 연구, 인공지능을 통해 사고가 나지 않는 차를 연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CES 전시장에서 여러 자동차들이 움직이면서 스스로 안전운행하는 방식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작은 자동차 모형을 통해 시연하기도 했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전시에서도 각 업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핵심으로 내세웠다.인공지능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 돼 개인비서(퍼스널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CES2016에 참관한 전문가들은 한국이 인공지능 분야에 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희덕 세마트랜스링
[송성훈 기자 /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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