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는 ‘스노마겟돈(폭설과 강추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남반구와 적도 열대지방은 ‘모기공포(mosquito-phobia)’가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 숲 모기(Aedes Aegypti)’에 물린 임신부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돼 브라질에서 지난해 10월이후 약 4000명의 ‘소두증(microcephaly·뇌발달장애) 기형아’를 태어난데 이어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아시아(태국, 몰디브) 등 24개국에서도 소두증 기형아 출산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개최를 앞둔 브라질은 26일(현지시간) 군인 22만명을 배치해 지카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등 일부 국가는 가임여성들에게 지카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기전까지 2년간 임신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할 정도다. 세계 각국은 지카바이러스 백신개발과 함께 모기퇴치 ‘유전자변형(GM)모기’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카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전염될 수 있지만 이는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성행위에 의한 사람간 전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동안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궁금증을 Q&A 형태로 풀어봤다.
Q=지카바이러스는 언제 발견됐나
A=학계에서 처음 지카바이러스가 알려진 것은 1952년 한 논문을 통해서였다. 1947년 우간다에 서식하는 붉은털원숭이를 조사하던 중 황열을 앓고 있던 원숭이의 혈액을 채취했더니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자들은 ‘지카숲’에서 발견됐기에 이 바이러스에 ‘지카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카는 우간다 말로 ‘울창하다’는 의미다.
Q=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증상은
A=1954년 나이지리아인의 혈액에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된 뒤 사람도 감염될 수 있음이 처음 알려졌다.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진과 발열, 근육통,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수일~수주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자신이 감염된 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일이 많았다. 이후 2007년까지 사람에게서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14건에 불과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학계에서도 지카바이러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Q=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는
A=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바이러스와 황열바이러스, 일본뇌염바이러스처럼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 지카바이러스는 에데스속에 포함되는 모기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 모기’가 에데스속에 속하기 때문에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존재한다.
Q=현재까지 알려진 지카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는?
A=1969년과 1977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있던 모기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후 2007년 뉴기니섬 북쪽에 위치한 미크로네시아의 ‘얍’ 섬에서 지카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지카열’이 퍼져나갔다. 조사결과 전체 인구의 약 73%가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목숨을 잃거나 병원에 입원한 사람은 없었다. 2013~2014년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전체 인구의 10%인 3만여명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몇몇 환자들은 병원을 찾았으며 일부 확진자들 사이에서는 말초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근육이 약화되는 ‘길랭 바레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했다. 2014년 지카바이러스는 브라질을 비롯해 10월 콜롬비아, 11월 수리남에서도 발견됐다. 폴리네시아 타히티섬의 루히스 말라드 연구소 디디에 무쏘 박사는 “더 이상 지카바이러스는 온순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지카바이러스는 여행객에게 감염돼 뉴칼레도니아를 거쳐 쿡섬, 바누아트, 이스터섬 등을 거치며 퍼져 나갔다.
Q=사람과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가
A=모기에 의한 감염병은 사람간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는 예외다. 2011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08년 연구차 세네갈을 방문한 브라이언 포이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가 발진과 두통을 느낀 뒤 귀국했다. 뎅기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조금 뒤 그의 아내가 같은 증상을 보였다. 항체 조사 결과 이들 모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이 교수의 아내는 아프리카에 가지도, 모기에 물리지도 않았지만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포이 교수는 당시 전립선염을 앓고 있었는데 성관계 도중 정액에 혈액이 포함됐고,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을 문 모기가 다시 사람을 물었을 때도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Q=지카바이러스는 소두증의 원인인가
A=브라질에서는 2015년 10월부터 이달까지 약 4000건의 소두증 아기가 태어났다. 평소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마뇨엘 사르노 브라질 바이아연방대 산부인과 교수 연구진은 소두증 아이를 낳은 임산부의 대다수가 임신초기 발열과 발진을 겪었으며 양수검사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된 태아 가운데 두명이 소두증인 것을 확인했다. 숨진 소두증 아기의 신체 조직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두증 아기와 임신부에게서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아 아직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 또한 타히티 연구진의 조사결과 지카바이러스가 2013~2014년 퍼져나갔을 때 태어난 아기 중에서 신경계 장애도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중추신경계에 속하는 신경세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Q=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어느수준
A=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뎅기열에 대한 논문은 1만 4500여편, 치쿤구니야는 2500여편에 달하지만 지카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논문은 200여편에 불과하다. 약이나 백신도 없으며 원숭이를 제외한 동물 모델도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와 달리 오래전 발견됐지만 인간에게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브라질 올림픽을 앞두고 ‘팬더믹’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변형(GM) 모기’를 이용해 뎅기열
[이병문 의료 전문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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