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를 붙여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계속한다. 물가안정 목표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양·질·금리 3가지를 가지고 추가적인 완화조치를 강구한다.”
일본은행이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한 이후 발표한 내용의 일부다. 이 결정문에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마지막 카드를 남겨두려는 일본은행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났다.
당초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경우 연 80조엔에 달하는 통화량 공급을 연 90~100조엔으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실제 실행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일본 국채시장을 감안할 때 최대 연 100조엔에 달하는 통화량 공급은 일본은행이 가진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빨라야 4월께나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3차 양적완화를 앞당겨 써버릴 경우 향후 디플레 탈출이 어려워지더라도 마땅한 정책수단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마이너스금리 도입에 대해 5대 4 찬성으로 도입이 결정된 것은 이런 고민을 놓고 내부에서도 상당한 격론이 오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일본은행이 이번 달에 손을 놓고 있기에는 시장의 기대치는 너무나 높아진 상황으로 몰렸고, 생산·소비 등 국내 경기상황은 당초 전망보다 훨씬 악화됐다.
이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작년 12월 광공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1.4% 떨어진 96.5로 나타났다. 중국·대만 수출용 스마트폰 부품 제조장치와 전자부품 생산이 추락한 탓이다. 이에 따라 광공업 생산지수는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출하가 1.7% 줄었고, 재고가 0.4% 상승한 것은 수요가 줄면서 재고가 쌓이는 악순환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2월 생산지수 마이너스는 중국의 경기둔화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일본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지표도 별로다. 동시에 발표된 작년 12월 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나 줄었다.
일본은행은 이런 점을 감안해 이날 2016년도 물가상승률을 당초 예상했던 1.4%에서 0.8%로 크게 낮췄다. 작년 7월 시점에 예상했던 1.9%와 비교하면 반년만에 1% 이상 하향 조정한 셈이다.
연초부터 중국발 경기둔화에 원유가격 급락으로 닛케이 지수가 급락을 거듭할 때만 해도 대외변수로 인해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나서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졌다. 하지만 국내 생산과 소비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된 것이 일본은행은 마지막 카드인 양적완화 확대는 남겨둔 채 차선책으로 ECB 방식의 마이너스 금리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이다. 이에 앞서 ECB가 추가 양적완화를 강력히 시사하고, FOMC마저 금리동결을 결정한 와중에 일본은행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FOMC는 금리동결을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상황이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일단 부분적이다.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겨둔 당좌예금 가운데 기초잔고(작년평균잔고)에 해당하는 부분은 현행 0.1% 금리를 유지하고, 지금준비금 등 매크로 가산잔고는 제로금리, 기초잔고와 매크로가산잔고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0.1%를 적용했다. 일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풀고 있는 돈 가운데 상당부분이 시중에 풀리지 않고 은행금고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초과분에 대해 대출을 하거나 국채를 사들어야 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양적
일본은행은 부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등 정책 대응을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디플레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마지막 카드인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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