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한 원화값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환율 흐름도 예측불허로 치닫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3일 하루동안 11.9원이 하락했지만, 4일에는 반대로 17.2원이 오르며 ‘널뛰기’를 뛰었다. 연초부터 중국 경기둔화와 저유가 심화 등 악재들이 겹쳤고,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지준금리 도입 등 정책 기조상의 변수도 커졌다. 시장이 과거보다 더 예민해진 셈이다. 특히 한국 원화값은 다른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비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환율 급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상시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값은 17.2원이 오른 120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값은 15.3원이 오른 1204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장이 진행되는 내내 강세흐름을 지속했다.
하루 앞선 3일 달러 대비 원화값은 11.9원이 하락한 1219.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한 지 하루만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여러가지 변수들이 혼재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원화값의 강세 요인과 약세 요인이 하루의 시차를 두고 뒤섞여서 나타난 것이다.
우선 4일 원화값 급등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의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강달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 또한 피력하면서 시장에서는 달러자산 매도가 크게 늘었다.
3일의 원화값 급락은 유가의 하락, 낙관하기 어려운 중국 증시 등 세계 경제를 둘러싼 환경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정경팔 하나선물 팀장은 “위험회피 요인, 달러 약세 요인 두 가지가 섞여있는 상황이다. 어떤 요인이 더 우세하느냐에 대한 관측에 따라서 시장이 반응한다”며 “이날은 원화값 하락 추이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화값은 다른 아시아 국가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원화값 상승폭은 1.41%로 일본 엔(0.99%), 홍콩 달러(0.14%), 대만 뉴달러(0.51%), 싱가포르 달러(0.79%)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 원화값의 하락폭이 컸던 만큼 상승폭도 컸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가 분명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신익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분명한 환율 방향성을 가진 정책적 의지가 있다”며 “한국 정부는 환율 정책이 절하인지 절상인지 큰 방향성이 시장에서 읽히지 않다 보니 대외 여건에 따라 120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일단 현재의 환율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원화값 뿐 아니라 다른 통화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장중에 정부 개입으로 추정되는 거래는 없었다. 일부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만약 개입을 했다 해도 그 규모는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다만 정부는 원화값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에서 진행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환율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 아닌 만큼 어떻게 상황을 봐야 할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주시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변동성이 심한 것은 사실이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4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글로벌금융시장을 상시적으로 점검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위는 상임위원을 중심으로 글로벌 동향 점검회의를 매주 1회 열어 변동성을 수시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바젤Ⅲ 자본·유동성 규제 도입, 보험사의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증권사에 대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제도 개편 등도 올해 중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정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들은 일시에 해소되기 어렵고 올 한해 상당 기간에 걸쳐 누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지난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최승진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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