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때문에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이미 시대는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졌다. 어차피 알파고가 던진 충격으로 인해 각국은 앞다투어 인공지능(AI) 분야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할 것이고, 따라서 인공지능의 고도 진화는 시간 문제일 뿐 막을 수 없다. 앞으로 이런 변화를 온몸으로 겪을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첫째, 인공지능의 통제권이 대중에게 분산되는 상황에서 올바른 제어력을 가지는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인공지능은 핵무기 이상으로 인류를 자멸에 빠뜨릴 수 있다. 사용에 대한 통제력이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지원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핵무기는 적어도 일반 국민들에게 통제권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보편화되어 사회 전반에 스며들게 되면, 핵무기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곧 아무에게나 인공지능의 가공할 힘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부여된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고 제어하는지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인성을 기르는 것, 이것이 앞으로 인공지능의 통제권이 대중에게 분산될 수 있는 알파고 시대에 우리 교육이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문제이다. 인성은 곧 자신과 도구의 통제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현존 직업 준비 교육이 아니라 현존하지 않은 미래 직업을 발굴하게 만드는 교육이어야 한다. 향후 20년 내에 인류에 현존하는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기존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말은 일자리 자체가 없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존 직업의 80%가 사라졌지만, 그 전에 없었던 새로운 직업들이 몇백배 더 생겼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면 현존하는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대체된다.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반복 물리적 일이 기계로 인해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고도의 지적 판단이 요구되는 소위 전문직들은 각광을 받았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기억하고 종합하여 고도의 지적 판단을 하는 전문직들(의사, 법조인, 회계사, 언론인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많은 교육기관 목표에는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 배양이 이미 설정되어 있다. 문제는 목표가 그렇게 설정되었어도 정작 기르는 능력은 여전히 수용적 학습력 뿐이라는 것이다. 수용적 학습 정도가 우수한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평가체제 때문이다. 교육 문제는 단순히 학교에만 맡길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거대한 사교육 시장과 꿈쩍 않는 공교육 시스템 전체의 개혁은 문화와 사회 개혁과 맞물려야 한다.
셋째, 자라나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시대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기르려면 코딩 네이티브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2000년에 우리나라 컴퓨터교육과정을 처음 보고, 교과서가 워드나 엑셀 사용법을 가르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컴퓨터적 사고의 지식생산자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소프트웨어의 소비자가 되도록 구성된 교육과정을 보고 탄식을 했다. 그러한 교육과정 덕분에 우리나라는 MS 윈도우와 익스플로러에 대한 충성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우 충실한 소비자가 되었다. 컴퓨터에 종속적인 소비자가 되지 않으려면, 컴퓨터에게 명령을 내리며 소통할 수 있는 컴퓨터적 언어와 사고방식을 익혀야 한다. 컴퓨터언어도 일반 언어처럼 어릴 때부터 익히면 모국어처럼 체화되어, 외국어 번역하듯 생각을 한번 더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5세부터 코딩교육을 시작하는 영국 등 선진 강국들은 이미 코딩교육을 주요 언어교육처럼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공교육에 코딩교육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비중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요과목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한다. 알파고 시대의 코딩
[이혜정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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