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바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놀이이자 두뇌 스포츠다. 특히 두뇌 계발과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14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바둑이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기경 과장은 “바둑은 시공간 파악능력, 주의, 집중 유지능력, 판단력 등 전두엽 기능 모두를 골고루 자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매예방 및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둑은 흑돌과 백돌을 바둑판 위에 번갈아 두면서 이른바 ‘집’을 많이 짓도록 경쟁하는 게임으로 시·공간 파악능력과 주의력,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방금 자신이 돌을 둔 곳을 기억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작업 기억, 판단력, 실행기능 등도 필요하다. 따라서 일반인에 비해 바둑을 오래 둔 사람들은 정서적 문제 처리와 직관적 판단을 처리하는 뇌 기능이 잘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장시간 대국이 진행되는 내내 크고 작은 좌절을 견뎌야 하고, 상대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수 만가지 경우의 수와 여러 가능성을 염두하고 지속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손으로 바둑돌을 집고, 놓는 행동을 통해 미세운동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손의 움직임에 따라 뇌 기능 자극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뇌의 전두엽 기능을 골고루,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뇌의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퇴화하기 마련인데 꾸준히 바둑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뇌 운동이 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 구상력 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게임이 그렇듯이 지나친 집착과 승부욕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정신건강을 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너무 몰입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실제로 승패에 과하게 집착하다 보면 혈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수를 둘 때마다 지나치게 신경쓰게 돼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심해진다. 또 지나친 속기는 두뇌 운동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기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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