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트위터는 서비스 개시 10주년을 맞았다. 2006년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트윗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유행시킨 지 꼭 10년이 흘렀다.
트위터는 한국에서는 2011년 1월에 공식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2년에는 3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2NE1의 한 팬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링크를 트윗하면서 유튜브 25억회 시청 신화를 촉발시켰다. 또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600만 트윗을 기록한 ‘프레이 포 코리아(PrayforKorea)’ 이벤트는 비통해 하는 전세계 트위터리안과 함께 하는 등 국내외 주요 사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트위터코리아의 이수지 이사(38·사진)는 트위터에서 뮤직&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맡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파워 트위터 유저들이 더 원활하게 트위터를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 이사의 이력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지난 2010년 말 트위터 미국 본사에 최초로 입사한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당시 250명의 직원 중 한국인은 그가 유일했다. 이후 그는 미국에서, 한국에서 트위터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트위터 10주년을 맞아 이 이사로부터 트위터와 함께 한 지난 5년의 ‘트위터 속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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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지 트위터코리아 이사 |
-트위터 본사에 초창기 멤버로 합류했던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0년 말에 트위터에 입사했습니다. 본사 첫 한국인 직원으로 입사해 벌써 햇수로 6년이 됐네요. 당시 250명의 본사 직원 중 제가 유일한 한국인이었습니다. 해외 지사는 없을 때였구요. 물론 저에게 트위터가 첫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MBA 과정을 위해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MBA 졸업할 때만 해도 마케팅 공부를 해서 마케팅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당시 업계의 역동성을 보면서 성장 가능성의 흐름이 IT회사로 옮겨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이 업계에서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었죠.
-‘트위터’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오글거리는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단순한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직장 보다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트위터가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있죠. 사실 개인적으로 트위터를 많이 사용하고 좋아했던것도 직장을 선택하는데 기여했습니다. 트위터가 좋았던 건 한국소식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던 점이였습니다. 미국에 있으니까 미국 사람과는 여러 사회 이슈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는 있었지만 늘 한국 소식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근데 트위터에 가면 한국의 다양한 소식과 이슈에 대해서 사람들이 언제나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한국 소식을 늘 접할 수 있었죠.
-솔직히 트위터가 이렇게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나요?
▶아마 트위터 창업자들은 전혀 예상 못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입사한 2010년 말에 이미 전세계적으로 트위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였어요. 다만 해외지사는 단 한 곳도 없었죠. 입사 후에도 트위터 한국지사가 바로 생기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일본과 영국에 해외지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전 처음에는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팀에 배치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이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척 애매했어요. 전체 직원 250명 중에 단 7명만 이 팀에 속해 있었죠. 해외지사가 없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 7명 뿐이었던거죠. 일단 저희 서비스를 여러 나라에 제공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내셔널 팀은 현지화 프로젝트를 구상했지요. 물론 해외진출할 때 여러가지 조건들이 필요한데 가령 현지 언어로 서비스를 런칭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팀은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팀에 배치된 지 3개월여만에 한국어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처음 한국어 서비스를 선보일때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구요?
▶현재 트위터 한국어 블로그가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본사 트위터의 공식 블로그가 있습니다. 테크놀로지 관련 기업들은 블로그를 언론 홍보에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모두 블로그를 갖고 있는데요. 트위터 본사 블로그에 트위터 한글 서비스를 런칭했다는 내용을 한글로 올린거에요. 일종의 축하 의미였죠. 근데 미국 중부의 모 언론사가 “너희 회사 블로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본사에 연락을 해왔죠. 그 사람들 눈에 한글이 이상한 상형문자처럼 보였을거에요. (웃음)
-트위터가 지난 10년동안 사람들의 삶을 많이 바꿨습니다. 트위터가 성취한 것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게 있나요?
▶누구나 원하는 메시지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유저들과 트위터가 함께 지금의 트위터를 만들어왔다는 것이 가장 뿌듯하죠. 가령 ‘샵(#)’을 다는 형태의 해시태그도 유저들이 제안해서 만들어진 기능입니다. 2010~2011년 중동에서 일어났던 재스민혁명의 불씨도 트위터를 통해 타올랐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죠. 트위터는 여전히 유저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트위터에서 음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요?
▶저는 뮤직&엔터테인먼트 담당 이사입니다. 트위터 유저들을 보통 크리에이터라고 표현하는데요. 주로 엔터테인먼트 쪽 크리에이터들이 트위터 활용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죠. 마케팅 관련 기획 프로모션도 하고요. 쉽게 말해 엔터테인먼트 쪽 기획사나 방송사가 트위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답니다. 해외에서는 K-POP 콘텐츠의 영향력이 대단하거든요. 트위터의 장점이 새로운 트렌드를 굉장히 빠르게 발굴해낸다는 점이라 엔터 시장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트위터를 통해 데뷔 이전부터 꾸준히 팬덤을 형성해 온 대표적인 그룹입니다. 물론 SNS만 잘 사용한다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긴 쉽지 않죠. 하지만 트위터를 통해 본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노출하는 방법들을 통해 대중들과 지속적인 소통이 가능합니다. 요즘 대중들은 ‘내가 얘네 키웠다’ 식으로 특정한 아이돌에게 남다른 애정이 있거든요. 회사 입장에서는 어떤 콘텐츠에 대중들이 열광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습니다. SNS를 단순한 메가폰처럼 홍보를 위해 사용하느냐, 아니면 팬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를 파악하는 요소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트위터 초창기 멤버로서 현 트위터 회장 ‘잭 도시’를 가까이서 봤을 텐데요. 어떤 사람이고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잭 도시는 의외로 수줍음을 많이 타고 조용한 성격입니다. 말수가 대단히 적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고요. 필요한 말만 하기 때문에 한마디에 ‘생각의 깊이’가 묻어난다고 할까요. 진중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높은 지위로 가면 갈수록 사교적이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하지만 이 분은 말을 아끼고 몇마디 하진 않지만 늘 ‘비전’을 얘기하는 분입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2011년 중순에 한동안 트위터 밖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잭 도시가 다시 트위터로 컴백했을 때 일입니다. 당시 트위터 직원 모두 웹사이트 개편 작업 때문에 정신 없을 때였죠. 그 때 잭 도시 회장이 ‘우린 웹사이트를 버리고 모바일로 가야한다’는 취지로 “트위터는 당신의 호주머니에 있어야 한다(Twitter in your pocket)”고 얘기했습니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죠. 우리들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트위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가요?
▶일을 하면서 트위터 유저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트위터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사람, 사업을 시작했다는 사람, 결혼했다는 사람도 있고요. 심지어는 트위터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도 있었죠. 저는 출퇴근하면서 늘 지하철을 이용하는데요. 지하철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무얼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게 재밌어요. 종종 트위터를 사용하는 분을 발견할 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웃음)
-앞으로 트위터의 지향점이나 혹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계획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유저들의 변화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하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트위터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지금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살펴서 더 빨리 유저들의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목표가
-마지막으로는 트위터 공식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본인은 부먹파인가요? 아님 찍먹파인가요?
▶저는 찍먹파입니다. 트위터 코리아의 대다수 사람들은 부먹파라 할수없이 회사에선 소스를 탕수육에 부어먹고 있지만요. (웃음)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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