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 사이 공채 마감 하루 전까지도 고민케하는 항목이 있다. 자기소개서쯤이야 수십차례 퇴고를 거듭한 끝에 이미 준비해뒀기 때문에 패스. 오히려 프로필 사진 한장 첨부하는 일이 시험 공부 하느라 사진 한장 찍을 시간이 없었던 취업 준비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실물보다 훨씬 잘 나오게 하려면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진 편집도 모자라 남녀불문코 성형까지 마다않는다고 하니, 이쯤 되면 자소서에 첨부하는 사진은 그냥 한 장의 사진이 아니다.
취준생들의 이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통그룹들이 나섰다. 백화점이나 마트, 식당 등 현장에서 손님을 상대해야하는 서비스업종이다보니 외모가 중요 평가 요인일 것이라는 취준생들 생각과 달리 탈스펙화와 함께 자소서에서 과감히 사진란을 없애고 있다.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 CJ그룹과 이랜드그룹이 대표적이다. CJ그룹은 작년 하반기 공채 서류전형에서 어학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기입하지 못하게 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아예 사진란을 없앴다. 직무역량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른바 스펙이라고 하는 것보다 입사 후 필요한 직무역량을 담은 자소서 검증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취준생들이 프로필 사진을 찍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직무역량을 기르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CJ그룹의 자소서 검증은 ‘빡빡’ 한것으로 취준생들 사이 유명하다. 인사팀에서 서류전형을 전담하고 있는 다른 그룹과 달리 자소서 검증 단계에서부터 현업에서 일하는 실무자가 참여해 꼼꼼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 역시 ‘서비스업=외모 중시’란 공식을 깼다. 올해 신입사원 채용때부터 어학점수와 자격증은 물론 사진을 따로 첨부하지 않게 한 것.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유통업이라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며 “이제 그런 편견을 깨트릴 때가 됐고 그러면서 취준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신 서류 전형에서 필요한 정보들만 추린 후 그룹 자체적으로 만든 직무적성검사(ESAT)와 면접을 통해 이랜드그룹에서는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부터 무(無)스펙 전형인 ‘스펙태클 오디션’을 실시하며 사진란을 없앴다. 고스펙을 쌓고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취준생들이 지불하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취준생이나 신입 사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자소서 사진 찍는데 쓰고 있었다”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줄이도록 돕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모와 상관없이 서류전형을 통과한 취준생들은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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