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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주차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한 네오랩 컨버전스의 네오스마트펜 N2 [사진 =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
호모 아키비스트(homo archivist). 인간은 기록하는 동물이다. 문자가 있기 전엔 동굴벽화 등 그림을 통해 기록을 남겼고 문자를 발명한 이후엔 글을 통해 지식을 후대에 전달했다. 이런 기록들이 모여 문화가 형성됐다.
기록을 하는 방법은 사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 최근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면서 종이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런 예언이 무색하게도 종이와 펜은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다.
기록하는 도구로서의 펜은 우리 곁을 항상 지켜왔다. 깃털펜에서 만년필, 샤프펜슬, 볼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온 펜은 디지털 기기에도 접목돼 사용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 속에 네오랩 컨버전스는 펜의 다음 형태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새로운 제품인 ‘네오스마트펜 N2’를 개발하게 됐다.
네오스마트펜은 종이 노트에 필기를 하면 그 내용을 근실시간으로 디지털화해 주는 전자펜이다. 이 펜의 펜 촉 부분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달려있다. 사용자가 펜으로 종이 위에 필기를 하면 실시간으로 펜과 연동된 디지털 기기에 설치한 ‘네오 노트 앱’에도 기록이 남는다. 한 번에 종이와 디지털 기기 양쪽에 기록을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네오 노트 앱을 통해 펜으로 필기한 내용을 디지털 기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기와 동시에 녹음도 가능해 음성파일로도 저장할 수 있다. 앱을 통해 필기한 내용과 대조해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네오랩 컨버전스는 앱에 저장된 내용을 구글드라이브, 에버노트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사용 편리함을 더했다.
제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스마트 펜 중에서도 광학 방식의 펜은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가 극소수라 제품 개발에 있어 참고할 대상이 거의 없었다. 네오랩 컨버전스는 제품 개발을 위한 소비자 아이디어를 취합하던 중 스마트펜이 극복해야 할 요소가 두께와 소재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두께 하나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순히 펜의 굵기를 가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구성, 펜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인 그립감 등도 함께 고려해야했기 때문이다. 소재를 결정할때도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을 디지털 제품이 아니라 필기구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뒀다.
네오랩 컨버전스는 우리가 쓰는 필기구에는 전원버튼이 없다는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스마트펜에 접목시키기 위해 스마트펜으로 필기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오는 기능도 구현했다. 스마트펜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적용되는 기술이다.
네오스마트펜의 핵심기술로는 엔코드(Ncode)라는 미세한 패턴이 종이에 인쇄됐을 때 눈에 거의 보이지 않도록 배치하는 기술, 패턴을 인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미세한 패턴을 펜의 광학계를 이용해 고속으로 읽고 처리해 정보를 처리하는 영상 처리 알고리즘 기술이 있다. 영상처리 기술의 경우 현재 1초당 120프레임을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탑재돼 있다. 초당 60~70프레임 정도면 자연스럽게 필기할거나 움직이는 대로 처리가 가능하다. 초당 120프레임은 매우 정교한 수준으로 일러스트, 웹툰 등 스케치 작업이나 캘리그래프에 활용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다. 네오스마트펜은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면서도 디자인이 유려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 어워드의 제품 디자인 부분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네오랩 컨버전스는 네오스마트펜을 2014년 11월 한국에 처음 선보였다. 이에 앞서 같은해 10월 세계 최대 클라우드 펀딩 킥스타터에서 3주 동안 목표대비 약 1800%(35만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엔 미국 아마존에도 입점했고 9월엔 북미 주요 오프라인으로도 유통채널이 확대돼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네오랩 컨버전스는 북미를 기반으로 독일, 영국 등 유럽 아마존 입점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아시아지 역에선 중국과의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올해부터 본격적인 중국 수출도 시작될 예정이
네오랩 컨버전스 이상규 대표는 “네오스마트펜은 스마트기기의 편리함을 유지하면서도 글쓰기나 일러스트 등 ‘필기’ 그 자체의 즐거움을 손 끝에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사명의 ‘컨버전스’ 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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