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졌다.”
1~2차 협력사간 갈등이 현대기아차 생산라인 가동 중단으로 비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매일경제 21일자 기사) ‘협력사 리스크’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를 일으킨 협력사들이 21일 갈등을 봉합해 생산라인은 하룻만에 정상가동됐지만 자칫 큰 피해로 연결될 뻔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단수 납품체제의 위험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온.냉방 공조시스템은 거의 100%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한온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업체들은 대부분 부품에 대해 이처럼 단수 납품체제를 적용하고 있다. 복수의 납품처를 두는 부품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수다. 기술관리 및 비용관리에 단수 납품체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3차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문제가 완성차 업체의 가동중단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2~3차 협력사 대한 지원을 독려하는 한편 하위 납품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1차 협력사와 갈등이 발생한 2~3차 협력사들이 현대차에 직접 호소하고 현대차가 중재에 나서는 시스템의 제도화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전개 과정을 보면 단수 납품체제의 리스크가 의외로 크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일 부품 생산을 중단해 문제의 발단이 된 대진유니텍은 천안에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 2차 협력사로 1차 협력사인 한온시스템에 제품을 납품해 왔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온.냉방 공조시스템 전문 회사로 대진유니텍이 생산하는 제품도 히터케이스, 리어히터컴플리트, 팬 쉬라우드 등 공조시스템과 관련한 중간재가 대부분이다. 대진유니텍은 한온시스템의 발주물량 축소 방침에 반발해 이들 제품의 생산 및 납품을 중단했다. 자동차 전체로 치면 극히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지만 그 파장은 엄청났다. 이들 부품이 빠짐으로써 한온시스템의 히터어셈블리 생산라인이 멈췄고, 히터어셈블리 등을 조합해 만드는 현대모비스의 콕핏모듈 생산이 중단됐다. 콕핏모듈이 공급되지 못하자 관련 모듈을 쓰는 현대차 스타렉스, 맥스크루즈, 그랜저 등의 생산라인이 멈춰버렸다.
그나마 하루만에 정상화됐기 망정이지 사태가 며칠 더 이어졌다면 현대차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3개 차종외에 현대차 EQ900과 싼타페, 기아차 K5와 모닝에도 대진유니텍이 생산하는 부품이 들어간다. 이들 차종은 다행히 하루이틀분 재고가 있었기 때문에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두 업체의 갈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한다. 현대차 그룹이 2~3차 협력사에까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베푸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기본적으로 2차 납품사 관리는 1차 협력사 소관이기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은 그 자체가 대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매출이 5조8000억원으로 공조시스템 분야에선 글로벌 톱티어에 속하며 국내 시장의 54%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에 들어가는 공조시스템은 사실상 한온시스템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정도 규모 기업이라면 협력업체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대진유니텍은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비스테온 시절부터 꾸준히 납품을 해왔던 업체”라며 “납품사의 불량율이 올라가면 그 원인을 함께 찾고 기술 지원을 하는 것이 우선인데 반품, 납품물량 축소 등 극단적인 조치부터 취했다”고 말했다.
협력사 리스크가 완성차 업체 가동중단으로 이어진 사례는 해외에서도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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