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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가스 조작파문과 관련한 폭스바겐의 보상이 미국 소비자 위주로 진행되면서 한국을 비롯, 보상방안에서 소외된 나머지 국가 소비자들의 울분이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 국내 피해자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는 25일 “폭스바겐이 제대로 된 리콜방안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소비자 구제에선 미국 소비자와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며 “정부는 최소 미국 수준의 보상을 받아낼수 있도록 폭스바겐을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9월 이후 폭스바겐은 미국과 나머지 국가에 대해 노골적으로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은 피해 소비자 구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큰 틀의 합의를 봤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비자가 차량 환불(buyback) 또는 무상수리 중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게 하고 이와 별도로 1인당 5000달러 상당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인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른 폭스바겐의 자금 부담이 약 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소비자에 대한 폭스바겐의 구제 발표는 이번이 벌써 두번째다. 지난해 11월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 1인당 1000달러 상당 상품권과 바우처제공, 3년간 무상수리를 약속한바 있다. 이는 이번 합의와는 별개 조치로 이미 상당수 소비자가 상품권 등을 수령해간 것으로 한국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1차 구제발표가 나왔을 때도 형평성 문제가 거세게 제기됐다. 당시 폭스바겐 측은 “한국정부의 배기가스 조작 검사 결과가 나온후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11월 발표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아무 후속조치가 없다.
EU도 비슷한 사정이다. EU 집행부가 올초 소비자 보상 대책을 주문했으나 폭스바겐측은 “별도의 개별 보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반응해 반발을 샀다. 문제의 배기가스 조작차량은 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이르는데 이중 유럽 판매량이 850만대로 규모로 치면 유럽이 최대 피해지역이다. 미국 판매량은 50만대, 한국은 12만대 수준이다. 미국 정부와의 합의 사실이 알려진 후 유럽쪽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폭스바겐은 (미국과 영국에서의) 차별적 대응에 대해 납득할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영국 교통부 장관이 ‘보상 차별’ 문제와 관련해 폭스바겐측에 공식 문제제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이 유독 미국에서만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천문학적인 벌금부과와 형사 처벌을 회피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한 사법체계를 갖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폭스바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상.형사상 소송 벌금액은 수십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소송이 본격 심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피해자들과 합의하는 것이 벌금을 최소화하는 방법일 수 있다. EU와 한국은 법이 규정하는 과징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해 폭스바겐 입장에서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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