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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좌담회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대기업 차별규제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국내 중소기업·서민이 아닌 경쟁국 사업자”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0년동안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기업이 8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동안 중국기업은 15개에서 60개로 늘어났다”며 “대기업을 묶어두면 중소기업이 클 수 있을 것이란 심정적 규제가 잘못된 방향임을 온 국민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다. 한국경제는 암에 비유하자면 이미 2기에서 3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하림그룹을 비롯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으로 신규 지정한 셀트리온, 카카오 등의 임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자산규모 5조원’이라는 획일적 기준에 막혀 글로벌 경쟁 와중에 새롭게 부여받게 된 부담을 토로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셀트리온 매출 중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한데 부의 집중을 막겠다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비춰봐도 국내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적용받는게 합리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약개발 임상비용이 5000억에서 1조원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연매출 1조원 안팎의 기업은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국내 유명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에 5~6조원의 로열티를 받고 신기술을 제휴한다고 여론이 뜨거웠지만 만약 그런 기술을 국내기업이 자체적으로 임상완료할 수 있다면 그것의 몇십배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규모의 경제’를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대기업 지정 전 연구개발비 지출액의 8%를 세액공제율로 적용받았지만 이제는 공제율이 3%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유망 스타트업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홍 부사장은 “알파고도 구글이 인수한 회사를 통해 그만큼 개발된 것”이라며 “기업 내부적으로는 시장변화 속도를 쫓아가기 어려워 M&A는 기업의 빠른성장에 필수적”고 설명했다. 그는 44개의 카카오 계열사 중 40개 정도가 평균 자산 85억 수준의 스타트업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 모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로 묶이면서 벤처캐피탈 투자가 금지되고 병역특례를 통한 인재유치 등에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소수지분을 활용한 순환출자 등으로 기업 안정성을 떨어뜨리거나 가족경영, 비관련 사업 다각화를 남발하는 것을 막기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카카오는 어떤 것에도 해당 사항이 없다”며 네이버보다도 카카오가 먼저 대기업에 지정된 제도의 모순점을 지적했다.
신현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7년 제도도입 당시엔 국가 주도의 고도성장정책으로 혜택을 받아온 기업들의 상호출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었지만 오늘날 끊임없는 혁신을 필요로 하는 신성장동력 기업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대기업 지정제도는 직접적 규제대상이 아닌 중견기업 집단조차 규제에 부담을 느껴 기준인 5조원을 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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