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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이영무 총장 |
이 기술은 특히 한양대 이영무 현 총장이 진두지휘한 연구팀이 이뤄낸 성과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산화극(양극), 분리막, 환원극(음극)으로 구성돼있으며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연료인 수소를 음극에 공급하면 백금촉매와 산화반응을 통해 수소이온이 만들어지고 수소이온이 분리막을 통과해 양극에 전달된다. 양극으로 건너온 수소이온이 산소와 만나 반응하면서 전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오염물질 대신 열과 물이 배출된다. 수소연료전지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는 이유다.
수소연료전지에 쓰이는 분리막으로는 불소계 분리막이 사용돼왔다. 불소계 분리막은 가격이 높고 고열을 잘 견디지 못해 사용온도를 80~90도로 유지해줘야하는 단점이 있었다. 수소연료전지는 사용시 온도가 12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불소계 분리막은 이를 견딜 수 없어 별도의 냉각장치와 전극부 가습장치 설치가 필수였다. 연료전지 사용온도를 100도 이하로 유지할 경우 촉매에서 독성물질이 나온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에너지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사막에 사는 선인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총장은 “해결책을 고심하던 중 선인장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선인장은 표면에 물이 드나드는 구멍을 열고 닫으며 생존에 적합한 습도를 유지한다. 이 원리를 분리막에 적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일반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플라즈마 장비로 비불소계 고분자 분리막 표면에 10~100나노미터(㎚·10억 분의 1m)의 얇은 막을 씌워 미세한 틈(크랙)이 생긴 연료전지 분리막을 만들어냈다. 이 막에 수분이 들어가면 크랙이 벌어지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크랙이 닫히면서 습도를 유지해준다. 별도의 가습장치가 필요없는 것이다. 이 총장은 “별도의 냉각·가습장치 등이 필요없어 분리막 가격을 기존의 10분의 1로 낮출 수 있으며 연료전지 전체 원가도 36%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성과는 2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 총장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불소계 분리막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비불소계 소재로 주도권을 쥘 수도 있는 기술”이라며 “연구실 실험에선 고온(120도)에서 비불소계 분리막이 견디는 시간이 아직 짧은 편이라 이 시간을 늘리는 후속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기상이변으로 이산화탄소 등 공해 발생이 없는 신재생에너지로 수소연료전지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보급형 연료전지 차량과 가정용 연료전지 시스템에 이 분리막을 적용한다면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이 총장은 “총장으로서 연구를 수행하다보니 낮엔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시간이 날 때 연구를 해야해서 주말이 없었다는게 문제였다”며 “총장 직함으로 논문을 낸 것이 주목을 받지만 나는 원래 연구자이기에 다시 연구자로 돌아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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