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무료접종이 가능한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두 가지다.
가다실과 서바릭스는 예방 범위에서 차이가 나는 백신이다.
MSD의 가다실은 2007년 HPV 16형,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6형, 11형에 의한 생식기사마귀를 예방하는 4가 백신이다.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생식기사마귀까지 예방할 수 있다.
가다실을 접종하면 10년 동안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유럽생식기감염종양학회가 유럽인 1281명을 대상으로 10년 장기 추적 연구를 실시했더니, 자궁경부암 상피내종양 2단계(CIN2) 이상의 질환 발생 보고가 단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GSK의 서바릭스는 2008년 HPV 16형과 18형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2가 백신이다. 서바릭스는 가다실보다 예방 범위는 좁다.
하지만 서바릭스는 더 높은 항체가로 HPV를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항체가가 높을수록 예방효과가 강하고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GSK 연구팀은 9-14세 여아를 대상으로 서바릭스 2회씩 접종 후 12개월 뒤 항체를 조사해보니, 가다실보다 4.96배 높은 항체가를 보였다고 했다.
이처럼 두가지 제품은 경쟁제품 대비 강점을 모두 갖고 있다. 가다실은 예방 범위가 넓은 반면 서바릭스는 예방 효과 기간이 길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두가지 제품을 비교해서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무료접종 대상자는 가까운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원하는 백신을 선택해서 무료접종을 하면 된다. 두 회사의 제품을 비교해서 선택하겠지만 무료접종이다 보니 가격이 가장 중요한 선택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MSD는 가다실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형, 18형 외에도 생식기 사마귀와 항문암, 외음부암 등을 추가로 예방하는 6형과, 11형의 적응증을 갖고 있어 서바릭스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한국GSK는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을 국가예방사업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자궁경부암만을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험성 HPV 16형, 18형의 예방 효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 동일한 조달단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런 양 제약사의 주장에 대해 일단 질병관리본부는 MSD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의 취지에 맞춰 자궁경 목적과 무관한 항문암,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예방효과에 대해서는 조달가격 책정시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가격차이는 나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이 정부의 가격정책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제품 모두 무료로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정부가 높은 가격으로 책정한 제품을 더 우수한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가격차이로 인한 시장왜곡은 지난 2014년 폐렴구균 백신 도입에서도
따라서 이런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가 책정하는 가격차이가 최소화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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