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남성 이상윤씨는 데이트가 있는 날 마다 여자친구와 함께 갈 식당을 찾기 위해 최소 30분 이상을 투자한다. 꼭 사고 싶은 제품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가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것은 블로그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 있는 ‘후기’다. 그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먼저 제품을 구매해봤거나 식당에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챙겨본 후 지갑을 열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제품에 대한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일명 ‘증거중독’ 트렌드가 소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다. 실제 SK플래닛의 소셜분석 빅데이터 시스템 빈즈 3.0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간 ‘후기’에대한 버즈량 (특정 주제에 대해 온라인에서 언급된 횟수)을 확인해 본 결과 무려 757만건에 달했다. ‘후기’에 대한 연관 검색어는 ‘솔직’ ‘확인’ ‘사용’‘체험’등 일종의 객관적인 증거에 관련된 것이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온라인 발달로 제품에 대한 정보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기업들도 이를 활용한 일종의 ‘꼼수’ 마케팅을 남용하고 있다”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이 내가 찾는 ‘그’ 제품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가차없이 구매 리스트에서 삭제버튼을 누르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거에 중독된 소비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업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객관적 수치를 아예 제품 포장에 표기해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다.
매일유업의 경우 저지방 우유 제품라인을 세분화하면서 포장에 ‘0, 1, 2’(%)와 같이 지방함량을 표기했다. ‘저지방’이라는 제품 특성과 함께 명확한 숫자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바다 소금 추출물을 함유한 ‘씨솔트 클렌징 라인’을 출시하면서 소금 추출물의 함유량에 따라 20%, 30%, 40%로 표기된 3가지 종류로 구성했다.
아예 제품의 제조과정이나 조달과정을 사진과 동영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공개하는 시도도 ‘증거중독시대’ 와 연관지어 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신선탐험대’라는 코너를 운영하면서 산지에서 직송되는 신선제품들의 수급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공개한다. 상품의 수급과정과 자라는 환경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산지 생산자의 인터뷰까지 담았다. 11번가 관계자는 “영상을 공개하는 이유는 단순히 홍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제품 보증’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역시 생산자가 동영상으로 얼굴과 실명을 내걸고 상품을 알리는 ‘푸드윈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식당들이 도입하고 있는 ‘오픈키친’도 같은 맥락이다. 매장 내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재료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소비자의 신뢰와 안심을 얻는 중이다.
‘체험’의 중요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체험단 운영에도 공을 들인다. 단순히 제품을 무료로 사용하고 후기를 작성하던 기존의 홍보성 체험단을 넘어 공동체험,임상체험 등 진화된 체험단을 운영한다. 요거트 브랜드 액티비아는 장 기능이 개선된다는 임상실험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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